2015.11. 9.달날. 맑음

조회 수 681 추천 수 0 2015.12.04 06:49:42


누울 자리 보며 뻗는 발이렷다.

앓았다. 그럴 만하니.

이번 학기는 달날과 불날이 여유 있다.

마을을 나섰다.

다녀오고 싶은 완도수목원의 먼 길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거제도 들어갔다.

수도하는 선배랑 달골 명상정원 문제로 의논할 일도 있었고,

간 걸음에 섬 전체가 수목원인 외도로 가는 배도 탔다.

명상정원에 대한 구상은 어느 때보다 수목원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외도. 누가 그러더라, 질문이 없는 섬이라고.

틈이 없었다.

물꼬가 만들고픈 공간은

탄성을 위한, 보이기 위한 공간은 아니다.

돌아오는 배에서 생각했다,

우리들의 정원은 돌 하나 놓인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 거라는.

선배랑 밤 깊도록 물꼬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은 내가 살아온 삶의 결론!”

“그래 내가 하는 생각이 나야.”

“방향성이지. 내가 바라보는 곳, 그게 나야.”

“내가 가는 길 그게 나지.”

물꼬가 어디로 가는가가 ‘나’이겠다.

선배네가 산에서 담은 효소에는 단아하고 정갈한 형의 글씨가 있었다.

수도(修道)였다!

정성스러운 글씨에서 그렇게 또 배우고 오다.


지난 사흘 서울 예당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의 은퇴공연이 있었다.

32년 동안 연습할 시간이 없어 밤에 3시간 자고 낮에 쪽잠을 잤다는 그이다.

피가 나 도저히 연습을 못할 지경이면 생고기를 사다 발에 두르고 연습했다던 그의 발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로 불렸다.

유학시절 오후 9시 취침소등 후에도 몰래 위층 스튜디오에 올라가 불도 켜지 않은 채

자정이 넘도록 혼자 연습했고,

입학 넉 달 만에 치른 시험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더라지.

그런데, 프로의 세계는 다르더란다.

선배들이 부상당하거나 감기에 걸려야 무대에 설 기회가 오는데,

어느 날 군무자리가 비어 선 무대에서 홀로 엇박자였다고.

“설사 무대에 설 가능성이 없어도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보잘것 없어보여도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열심히 살아간 오늘이 모여 특별한 내일을 만든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일상이 모이면 특별한 것이 된다.

처음 하루는 열심히 살기 힘들지만, 일단 하루를 살고나면 그 다음 날은 조금 쉬워진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전 오늘 은퇴해도 괜찮아요.

매일매일 백퍼센트 사니까 후회가 없어요.”

물꼬에서 늘 하는 그 말, 언제나 긴장하며 살 순 없지만 순간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자.

그 순간순간이 쌓여 나를 이룬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654 2016. 3.18.쇠날. 비 옥영경 2016-04-06 685
4653 2016. 6.10.쇠날. 맑음 옥영경 2016-07-06 685
4652 2013. 7.17.물날. 맑음 옥영경 2013-07-28 686
4651 2014. 5.15.나무날. 가끔 해, 그리고 바람과 바람과 바람 사이 옥영경 2014-06-04 686
4650 2015. 2.16~17.달~불날. 비, 이튿날 흐림 옥영경 2015-03-13 686
4649 2015. 6.13.흙날. 구름 조금 맑음 옥영경 2015-07-20 686
4648 2015. 7. 1.물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5-07-29 686
4647 2015.12. 5~6.흙~해날. 흐림 옥영경 2015-12-24 686
4646 2015.12.14.달날. 비 옥영경 2015-12-29 686
4645 2016. 6.16.나무날. 갬 옥영경 2016-07-13 686
4644 2017.11. 4.흙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86
4643 164 계자 나흗날, 2019. 8. 7.물날. 갬 / 걸으면서 열고 걸으면서 닫았다 옥영경 2019-09-08 686
4642 2013. 6.10.달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687
4641 2013.12. 5.나무날. 흐리고 뿌연 하늘 옥영경 2013-12-25 687
4640 2014. 6. 4.물날. 흐리다 빗방울 옥영경 2014-06-24 687
4639 2016. 7. 8~10.쇠~해날. 개고 이튿날 이 산마을도 33도 옥영경 2016-08-06 687
4638 2019. 5. 5.해날. 맑음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어린이날 옥영경 2019-07-04 687
4637 2019. 5.11.흙날. 맑음,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옥영경 2019-07-09 687
4636 2월 어른의 학교(2.21~23) 갈무리글 옥영경 2020-03-28 687
4635 2021.11. 6.흙날. 맑음 / 기차의 모래주입구 옥영경 2021-12-20 6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