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3일, into the depth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2015.12.05 02:02:33
가을의 끝 즈음 엉겁결에 휴가를 얻었고 물꼬에 가고 싶었습니다. 11월 말, 12월 초라 추위를 걱정했는데 대해리의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습니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돌탑 허물기에는 전연 기여하지 못했고, 일을 마치신 만휘샘, 장순샘과 짧은 저녁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던만큼 특별한 행사 대신 평범한 물꼬의 일상에 저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웃들을 만나고 옥샘의 하루를 함께 했습니다. 준비해 간 두 권의 책은 미처 다 못 읽었지만 별똥별 지나간 하늘 아래 밤 산책은 무척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했던 사과 잼과 모과청 만들기, 김장 담그기 등의 일도 즐거웠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저에게 여기는 생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물꼬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해봤던 팔단금 아침 수행이나 가마솥 방에 걸린 액자 등 무언가 항상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대안의 대안으로서, 물꼬는 계속 자리하고 있고 그 형태는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친근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응원을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오히려 모든 것에 깊이 다가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인투 더 와일드' 한국어판 책은 절판되었고, 중고가가 97,000원을 기록하고 있네요!

옥영경

2015.12.05 16:51:33
*.62.190.86

와, 절판에 그 가격이라...

내게 영문판 있음, 얇아서 읽어볼 만. 다행히 내가 볼 정도라면 그대는 아주 수월하게 읽을.

물꼬 소개 영상을 위해 가져간 것들 받을 때 그거라도 빌려줌세.


밤길이 좋았네. 여기 살아도 그럴 일 드물거든. 일상은 늘 일과 일이 이어달리기라.

정말, 겨울 하늘의 별똥별을 그대와 보았다니!

이웃의 김장, 외연을 넓힌?, 같이 손보태서도 좋았으이.

두 사람이나 되는 생일에 우리가 자리한 것도 뜻밖의 재미였네.


같이 꿈꾸는 시간이 벅찼다, 오늘에 있으면서 내일을 나눌 수 있어.

스무 살이었던 청년이 서른을 바라보네.

잘 커서 고맙다는 아이들의 날처럼, 아름다운 성장을 보는 시간이 나이든 이의 행복. 으윽, 늙었군, 하하.


보게 될 날이 길지 않길.

건강하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7564
5897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20220304 물꼬 2022-03-05 32259
5896 171번째 계절자유학교 사진 올렸습니다 한단 2023-01-21 31907
5895 바르셀로나, 2018. 2. 7.물날. 맑음 / You'll never walk alone file 옥영경 2018-02-08 29952
5894 [펌] 가장 명확한 기후위기 대응법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물꼬 2021-09-14 29120
5893 어느 블로그에서 본 물꼬 이야기 [3] 졸업생 2009-04-11 22973
5892 어엇~? 이제 되는건가여? [2] 혜이니 2001-03-01 16446
5891 우이도를 다녀와서 류옥하다 2012-10-09 16316
5890 165 계자 사진 보는 법 관리자 2020-01-16 14744
5889 [11월 2일] 혼례소식: 김아람 그리고 마영호 [1] 물꼬 2019-11-01 14093
5888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2003년판) [19] 물꼬 2003-09-22 12550
5887 [펌] 재활용 안 되는데 그냥 버려? 그래도 씻어서 분리배출하는 이유 물꼬 2021-02-21 11101
5886 [펌] 의대 증원? 이런 생각도 있다 물꼬 2023-12-23 10965
5885 164번째 계절 자유학교 사진 류옥하다 2019-08-25 8811
5884 옥쌤~ 부산대 국어교육과 잘다녀갑니다. ^^ imagefile [1] 이승훈 2014-06-02 8769
5883 학교를 고발한다! - PRINCE EA 물꼬 2018-06-13 8553
5882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한! [펌] [1] 물꼬 2018-03-19 8543
5881 스무 살 의대생이 제안하는 의료정책 함께걷는강철 2017-08-23 8505
5880 한국 학생들의 진로 image [1] 갈색병 2018-05-31 8273
5879 빛나는 가을, 그리고 혼례소식: 소정샘과 호성샘 물꼬 2012-09-21 77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