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8.물날. 비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5.12.14 05:21:35


여기저기 곶감들이 흘러내린다, 푹한 날씨로.

감을 땄던 시간들, 그 감을 어둡도록 깎고 또 깎던 시간들, 그리고 건 시간들을 어쩌나.

추울 때 매달았던 그래서 좀 낫다던 우리 곶감도 결국 곰팡이 다 폈다.

우리야 그저 몇 줄 아이들 오가며 따 먹으라 매달았지만

그것으로 돈 사려던 이들의 절망은 어쩌나.

온풍기를 돌리고 불을 피웠던 이들은 낫다고 하지만

결국 기름값을 감당 못한다고 주저앉은 이들도 적지 않다.

날을 예견하고 준비한 똑똑한 사람들은 다 건졌다, 그리 말들은 쉽게 하지만

어디 몰라 그저 보고만 있었겠는가.

그렇게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정이 또 있었으리.


이른 아침, 문자 하나 넣었다.

사는 게 뭐라고!

그런 거였다.

더하여 한 선배의 큰 뜻을 먼저 생각한 까닭이었다!

이야기인 즉, 선배들과 같이 하는 역사모임에 두어 해 불편한 관계가 있었다.

전체 연락망을 담당한 이가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 할 연락을 자꾸 누락시키고

그것이 무언가 불편해진 마음 때문인 걸 안 순간부터

그러면서까지 굳이 그런 모임을 유지하나, 이 산골에서 나가기는 또 쉽던가,

이러저러 관계의 단절이 왔다.

그런데 그 역사모임은 한 선배의 큰 뜻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결국 목숨을 걸고 한 그의 모험을 기리자고 모인 자리였는데,

어느새 그거 다 잊고 살고 있었던 거다.

엊그제,

여자라고 달랑 둘 있는데 너들 사이가 원활하지 않으니 전체가 지금 흔들리지 않느냐는

선배들의 질책도 있었다.

“어머,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그리 농을 했지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불편이 있었다면 그렇게 되는 데 내 허물이 한 점인들 없었을까.

다시, “사는 게 뭐라고!”

하여 문자 넣었다. 얼굴 보자고.

그러면서 송년모임으로까지 번지고 모두 얼굴 보게 됐다.

누구라도 한 발 나서주기.

결국 수행이란 게 마음 키워나가는 일 아니겠는가.


조각천으로 만들던 조끼 하나 여러 계절 지나 완성하다.

예쁘지 않다고 툴툴거리며, 바느질을 흉보며 그래도 끝까지 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툴툴거림이었음을 늦게 알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투덜거림이기도 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불만의 혐의가 짙었다.

왜 그랬던 걸까, 삶의 고단함을 잘 풀지 못하고 있었던 갑다.

누구도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는데.

생각이 많다는 것과 깊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깊이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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