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건지기.

아, 이생에 우리 무엇 한 게 있어 이 아름다운 아침을 여는가.

수련하고 수행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장순샘 댁으로 건너가 김치를 담갔네.

간밤에 절여둔 배추를 씻고, 마침 우리 김장에서 남았던 양념 있어 그걸로.

서른 포기쯤 되었을까?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 있어 수월하게 하다.


사흘을 머문 서현샘 가다.

물꼬에서 그리 오붓한 시간이 처음이었을 거라.

늘 행사이거나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였거나 학기 중이었거나.

밤길을 걷고 별똥별을 보고

수행하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일했다.

짧은 물꼬 알림 영상 하나를 만들어볼까 둘이 호호도 거렸다.

같이 꿈꾸는 시간이 벅차더라, 오늘에 있으면서 내일을 나눌 수 있어.

이웃의 김장(외연을 넓힌?)에 같이 손 보태서도 좋았네.

스무 살이었던 청년이 서른을 바라본다.

잘 커서 고맙다는 아이들의 날처럼, 아름다운 성장을 보는 시간이 고마웠던 지난날들...


학교아저씨는 돌탑 없앤 자리를 작은 꽃밭으로 마무리하는 중.

건너편에 있는 꽃밭에서 단풍나무 하나 옮기련다.

아직 뽑아내기 이틀째.

간간이 책방에서 엊그제 실려 온 책들을 정리.

아무래도 솎아낼 책이 적잖을 것인데, 언제 날을 받아야 할 테지.


관내에서 이틀 동안

자유학기제 페스티벌, 이라기보다 진로체험 행사가 있었다; ‘행복한 동행’ 진로축제

교육지원청에서 하니 동원은 편하더라.

동원이라 하니 부정적 낱말 같이 들릴 수도 있겠네.

안전하게 기본은 할 수 있었다, 그런.

준비하는 시간 전체 행사 판을 짜며 잠시 동행했더랬다.

본부석에 잠깐 있다 돌아왔다.


한 어르신의 산소에 다녀왔다.

간밤 기일이었고, 꿈자리로 찾아오셨다.

그렇지 않아도 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산소였다.

돌아가시고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살아생전 뵙지 못했음을 그리 푼다.

눈발 흩날리는 무덤가에 오래 앉았다.

당신이 가장 손아파한 이를 내 자주 쓸쓸하게 했다고

잘 하겠다 잘 하겠다 벗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거기서 말하고 또 말했다.

그의 상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게 잘하지 못했다 서운함만 키운 날들이었고나.

언제나 답을 한 발 뒤에서 안다.

떠난 뒤에 머물던 자리를 안타까움으로 보노니.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런 책 제목이 있었지.

머물 땐 괜찮았는데, 얼굴이 얼기라도 했는가, 따순 곳에서 자꾸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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