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 겨우 영하로 내려간.
따순 겨울날들이다. 상황이야 어째도 살기는 좋다.
학교아저씨랑 쌓인 연탄재를 끌어내려 깼다.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작은 자리가 있었다.
소리 하나 했다.
아, 가난한 내 소리.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아이들과 나눌 만큼 두루 하기는 하나 무엇 하나 온전한 게 없다.
대단히 무엇을 하고 싶어 하진 않지만 제대로 소리 한 대목은 해야겠구나,
넘들은 몰라도 자신은 알지 않는가.
조만간 소리 공부 좀 해야겄다. 너무 오래 손을 놓고 그저 되는대로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역사 모임도 하나. 송년모임.
반가웠으나, 무료했다.
목숨을 걸고 떠났던 선배를 기리기는 하나
우리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기야, 살았다!
역시 삶이 함께이지 않은 만남은 건조하다.
온몸으로 만나는 물꼬의 방식이 그리웠다.
그리고 한 만남이 있었다.
사람살이 사랑은 언제나 현재의 화제이라.
떠나가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우스갯소리도 했고나.
생일이 대수이냐만 사랑한다면서 생일 하나 기억해주지 못하는 사람이면 떠나라,
선물은 고사하고 축하한다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이지 못하면 보내라,
연인의 생일 날 정작 자신은 다른 상대랑 긴 시간 동행하는 여정을 하고 있다면
이제 내 마음이 떠났노라 인정하고 떠나라,
그게 예의일 것이라, 그런.
어디 꼭 생일에 관한 이야기일까. 떠난 마음의 상징.
한 때 죽고 못 살던 우리가 어느 날엔 서로에게 핏대 세우기도 하고,
그 많은 사랑이 부서져도 계속 되는 것이 또한 삶이라.
그러나, 그래도 떠나는 사랑을 보는 것은 아프고
그래서 너를 위로하나니.
아프리라, 아프리라, 아프리라.
한 때는 그것 없이, 그 사람 없이 단 한 순간도 살지 못할 것 같아도 다 살아지나니.
그런데, 나 자신보다 그를 더 사랑한다, 그리하였느냐.
그러지도 않으면서 사랑은 무슨.
자신을 속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