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구시가에선 하루 세 번 만나면 차를 산다지.

물꼬에서 만난 인연들을 생각했네.


기도의 힘!

아침 해건지기는 또한 그런 것.

일어났고, 힘을 내며 수행했고, 그 기도의 힘이 좋은 기운을 불렀고,

그리고 일했다.

학교아저씨는 사흘째 단풍나무 하나를 깊이 파고 있다.

돌탑을 들어낸 자리로 옮길 것이다.

그 일 끝내라 날은 이리 푹한가 보다.


계자 신청들.

그런데, 겨울에는 아이들이 성기기도 하고 시절도 우울하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또 다른 원인 진단. 아차!

지난여름 아이가 하나 다리 한쪽을 반 깁스를 하고 영동역으로 나간 일이 있었다.

사고라기보다 모두 대동놀이를 하러 고래방으로 건너간 마지막 밤,

혼자 뱅글뱅글 돌다가 툭 넘어져 종아리 쪽 뼈에 금이....

교사들도 아이들도 모두 같이 있었던 상황이라

특별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게 아님을 알고들 있었지만,

아이의 아버지도 세 번이나 뼈가 부러졌던 경험을 가졌다 하니

뼈가 약한 선천성도 까닭일 수 있을 것이라 짐작도 해보지만,

분명한 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역에서 그 아이를 본 다른 부모님들 마음은 어떠셨을라나.

다친 아이를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결코 말할 수 없고,

퍽 노여워한 아이의 부모님과 오가는 연락들로 정신이 없는 사이

오직 선한 마음으로 긴 시간을 내서 자원봉사를 왔던 선생들 마음이 어떨까 싶어

그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느라 급급했다.

적어도 지난 일에 대한 설명, 혹은 안전에 대한 다시 하는 안내,

그런 게 있어야 했다.

계자를 끝낸 뒤 하는 부모들과의 통화도 없이 지난여름을 그냥 보냈다.

늘 해오는 일이어도 미숙한, 혹은 놓치는 일.

아니나 다를까 겨울은 그렇잖아도 자리가 듬성한데

지난 여름계자에서 넘어온 아이가 거의 없더라.

우리는 스물네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한다,

화재는? 이곳은 단층 건물이고, 화재방재시설이 되어있다,

성 일탈의 문제? 각별히 남자교사들 중심으로 교육한다,

몇 가지라도 잘 전달해야했다.

반성, 반성, 반성.


조각이불 재단을 이제야 끝내고, 하기야 재단이 반이려니.

한 국립대의 2회 강의 날짜 조절. 결국 1월 계자 이후로.

청계 아이. 그 아이를 생각했고, 신청서가 오고.

또 다른 청계 아이. 생각했고, 연락했고. 이제 마음이 달라졌다고.

사람 일이 그러다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려니.

언제든 찾을 때 아무쪼록 물꼬가 여기 있음을 잊지 않기를.


내 인생의 사람들과 통화를 하다.

방송국에서 영화동네에서 일하는 남모랑 출판일 하는 민모랑

물꼬의 품앗이였고 벗이었던 원모랑

거리의 기억을 공유하며 동지였고 벗이었고 연인이었던 승모랑.

여보세요, 단 네 음운에 바로 이름을 알아맞히는 그이라니.

아, 목소리의 지독함이여,

개인이 가진 고유의 목소리라니.

승모랑의 통화에서 우리는 둘 다 목이 잠겼다.

그것이 감기의 여파거나 흡연의 끝이거나 건조한 공간의 영향이거나

아니면 시린 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주는 긴장이었거나.

음음음, 자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전화가 이어졌다.

지나간 이름들과 주고받는 안부는

그 시절에 대한 인정이었고,

비로소 현재에서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다들 사느라 욕봤다.

다들 살아 고맙다.

그 시절을 그대들과 지나왔노라, 감사함을,

그리고 못 다 한 사랑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다.


학부모간담회.

이 시대 대부분의 부모들이 하는 고민들을 호소했다.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보자고 했다.

내 욕망도 말했다.

출발은 그것이어야 한다!

그런 날 있다,

기다리는 전화는 끝내 오지 않고,

속은 쓰렸고,

마감이 쫓기는 작업은 끝끝내 일이 되지 않고,

시작해야만 하는 일은 자꾸 미적거리며 하기싫음과 싸워야하는.

눈도 안 왔고, 비도 안 왔고, 그렇다고 화창하게 맑지도 못한 날씨처럼

밍기적대는 행동처럼 어눌대는 말처럼.

그러나 살고,

그러다 힘을 내고,

그리하여 살고.

잘 살고!

다들 영차 일어서서 걸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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