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1~22.달~불날. 비

조회 수 725 추천 수 0 2015.12.29 05:38:51


집에 왔다.

만화와 사과가 짖었다.

(요새 장순이는,

태어난 지 네댓 개월 된 그는 2003년 10월 물꼬에 왔다, 여간해서 나오지 않는다.)

소리들. 욕실에서는 학교아저씨가 씻고 계신다.

고맙다. 이 살아있는 소리들.

멀리 사람 하나 보내고, 여전히 대해리로 들었다.

큰바다마을. 바다는 모든 걸 받아 바다라던가. 그렇게 흘러들어왔다.

이곳에서 물꼬가 가진 소명이 또한 그런 것이었다. 받기. 받아주기.


볕이 있었고 그늘이 있었다.

볕만이 우리를 살렸겠는가. 음지 또한 우리 삶을 채웠을 것, 밀어주었을 것.

그리고, 그늘은 볕을 더욱 빛나게 했을 것.

볕도 고맙지만, 음지 그대도 고마운, 반갑다 말할 순 없더라도.

비도 그럴지라.


한 국립대 사범대 강의 건 조율.

12월 안으로 하자던 것이었는데, 결국 1월 계자 이후로 밀었다.

2회 강연.

물꼬로 사대생들이 올 수도.

차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 배경엔 물꼬를 도우려는 한 교수의 노력이 있다.

모다 고맙다.

있는 자리에서 물꼬에 보태려는 분들의 애씀이 늘 있다.

그런데 어찌 이 길을 못 가겠다 하겠는지.


시인인 벗이 발표한 글을 보내왔다.

벗이 고마운 건 ‘있어’서.

울고불고 해야 간절함을 아는가.

사정을 말해야 이해하는가.

그대 있어 고마운 오늘이었다.

한의사인 그가 보내준 약은 위앓이를 가라앉히기도 했다.


밤, 화물차를 끄는 벗이 황간에 왔다.

늦게 화물 일을 배워 몇 해 하고 있는 효진샘도 생각했다.

밥을 먹고 곡주를 하고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 커다란 화물차의 앞은 작은 카페이기도 하더라.

큰 창으로 빗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겨울 이맘 때 눈이 아니라 비 내리는 추풍령이라니.

경청은 얼마나 힘이더냐.

가끔 아버지 없는 빈자리를 그리 채워주는 이들이 있다.

삶이 따뜻해졌다.

어릴 적 일기의 마지막 구절은 늘 결심과 각오와 반성의 문장이었지.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기로 한다, 라고 쓰고 싶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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