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행했다고 삶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오늘 사랑을 잃었다고 사랑이 영영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마을 동회.
해마다 성탄에 하는 일정이었는데
젊은 사람(그래야 예순에 이른)들 중심으로 마을 임원들이 채워지니 이런 변화가.
음식 준비에 손은 보태지 못했다.
“일할 사람 많아.”
부녀회장 일을 그만두고 아주 손을 뗀 양 되어 미안터니
바쁜 사람 부녀회장도 겨우 맡은 줄 다 아는데 괜찮다 괜찮다셨다.
오후엔 물날 바깥수업 종강도.
나서는 편에 형님 하나가 떡을 싸준다.
종강에서도 떡을.
들어오는 길엔 주말에 있을 청소년 계자를 위해 장을 보고 오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선배가 전화를 넣었다.
희귀난치성질환 하나를 앓게 된 것을 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대응법을 알려왔다.
무엇보다 금기사항에 대한 잔소리.
잔소리도 그리 즐거울 수 있더라.
긴 세월 부모형제보다 더 챙겨주셨던 세월이었다.
다음 주 달날엔 보신할 거리들 챙겨 넣어주러 온단다.
추위가 버거운 이에게 겨울에는 따순 곳에서 동면하라고,
겨울이면 먹을거리들을 실어오는 걸 잊은 적이 없는 그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어르신 한 분은 다기와 낡은 조끼 무늬가 아깝다고 모자를 만들어 선물해주셨다.
그저 열심히 사는 후배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 어르신은 스승한테 받아 내려오던 차칙을 주셨다.
소중한 것을 나누는 마음이 쓸쓸한 시간들을 쓰다듬어주었네.
밤, 마당에서 물꼬를 보았다.
물꼬가 있어 산다.
물꼬가 내 삶을 끌어왔구나, 모르지 않았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