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3.물날. 비

조회 수 722 추천 수 0 2015.12.29 05:40:52


오늘 불행했다고 삶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오늘 사랑을 잃었다고 사랑이 영영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마을 동회.

해마다 성탄에 하는 일정이었는데

젊은 사람(그래야 예순에 이른)들 중심으로 마을 임원들이 채워지니 이런 변화가.

음식 준비에 손은 보태지 못했다.

“일할 사람 많아.”

부녀회장 일을 그만두고 아주 손을 뗀 양 되어 미안터니

바쁜 사람 부녀회장도 겨우 맡은 줄 다 아는데 괜찮다 괜찮다셨다.

오후엔 물날 바깥수업 종강도.

나서는 편에 형님 하나가 떡을 싸준다.

종강에서도 떡을.

들어오는 길엔 주말에 있을 청소년 계자를 위해 장을 보고 오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선배가 전화를 넣었다.

희귀난치성질환 하나를 앓게 된 것을 듣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대응법을 알려왔다.

무엇보다 금기사항에 대한 잔소리.

잔소리도 그리 즐거울 수 있더라.

긴 세월 부모형제보다 더 챙겨주셨던 세월이었다.

다음 주 달날엔 보신할 거리들 챙겨 넣어주러 온단다.

추위가 버거운 이에게 겨울에는 따순 곳에서 동면하라고,

겨울이면 먹을거리들을 실어오는 걸 잊은 적이 없는 그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어르신 한 분은 다기와 낡은 조끼 무늬가 아깝다고 모자를 만들어 선물해주셨다.

그저 열심히 사는 후배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 어르신은 스승한테 받아 내려오던 차칙을 주셨다.

소중한 것을 나누는 마음이 쓸쓸한 시간들을 쓰다듬어주었네.


밤, 마당에서 물꼬를 보았다.

물꼬가 있어 산다.

물꼬가 내 삶을 끌어왔구나, 모르지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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