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고 연대하기!

마음의 근육을 기르고,

더하여, 계절자유학교에서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한 준비의 시간!

 

아이들이 왔다.

마산에서 오는 지혜가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

기관지염으로 결국 목 싸매고 누웠다.

규범 규한의 아침 문자도 닿았다.

간밤까지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던 규범, 새끼일꾼의 소망을 가져왔던 아이,

어떻게든 오고 싶다 애쓰더니 결국 못 왔다.

하여 청계 첫걸음을 기대하던 동생 규한도.

그렇게 셋을 빼고 아홉이 모였다; 다은 태희 유장 해찬 도영 효기 정근 수연 하다

초등 때 계자를 시작해 청계에 이른 대개 익은 얼굴, 그리고 싱그런 새 얼굴 셋.

공부 아니고는 얼굴 보기 어려운 이 땅의 청소년들,

귀한 걸음들을 했다.

1박2일이지만 질감은 네닷새는 되는.

 

안내모임 뒤 가벼운 몸풀기. 일로.

밥을 먹고 시작하는 첫 일정.

색깔과 함께하는 이번 청계이다.

‘빨강’, 피와 땀과 눈물, 그 뜨거움으로.

한 패는 이불방 이불과 베개들을 모두 꺼내고 털기.

다른 패는 소도를 이전할 계획 아래 씨름장을 다른 편으로 옮기기.

먼저 일을 끝낸 이불방 패들도 씨름장으로 이동.

이곳에서 아이들의 일 방식은 참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일을 끝냈다고 책방으로 달려가 뒹구는 게 아니라

먼저 끝낸 쪽에서 남은 일 쪽으로 옮아간다.

'기꺼이 쓰는' 마음들이다.

씨름장 둘레를 이루던 타이어를 빼내고

새로운 곳에 다시 땅을 파고 타이어를 묻고 모래를 치고 옮겼다.

처음 온 효기의 곡괭이질이 모두를 고무시킨.

물꼬를 소개한 도영이 무색할 만치.

“여기 밥은 정말 맛있어요!”

아무렴, 그리 몸을 썼으니.

어깨가 뻐근해져서들 들어왔다.

그나저나 ‘일을 일처럼, 일이 되게’, 정말 그리 했더라!

새 씨름장 개장박두.

 

“춤명상 해요!”

명상이고 춤이고 위로고 위안이고 행복한 감정이 물결처럼 번지는 그런 시간,

그러나, 여름에 했다고 그냥 건너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학년 가운데 있는 여름보다 한 학년을 정리하느라 할 얘기도 더 많을 것이라.

‘파랑’, 수용과 성장의 시간.

깊은 경청, 언제든 하고 싶을 때 말하기, 온전하게 타인을 안아주고 지켜주기.

거기에 숙제검사도 있고 실타래도 있고 夜단법석도 있고.

한 사람씩 준비해온 책이며 이야기며 글이며를 나누는 숙제검사는

(열이 모이면 한 자리에서 책 열 권을 읽게 되는 시간)

실타래로 이어져 각자가 지닌 문제, 혹은 시대를 얘기하나니.

더하여 난장으로 마음을 툴툴 터는 夜단법석까지.

실업계를 다니는 친구가 실업계는 희망이 없다고 하니

이구동성 인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단다.

다른 가능성 없이 중학교 저학년에서 이미 삶을 결정하기를 강요 받는다는 요즘 청소년들,

유쾌한 자가결정의 허울을 썼으나 계급적으로 중세 봉건제처럼.

그런 일관성(말이 좋아 일관성이다)이 있어야 대학입학도 가능성이 있다는.

아, 우리 모험을 떠나본 적 언제였더뇨.

이 시대를 건너가느라 이 아이들도 애쓰는구나.

아프고, 아프고, 아팠다.

최근 어른들 강연에서 어른들 모임에서 이웃들과 만남에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에서

이 우울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들 모임의 끝은 따뜻해서 다행.

없는 사람들끼리 어깨 겯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느냐,

서로 힘이자고 한 시간.

류옥하다 그가 선배로서 혹은 물꼬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해주었다.

무기력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우울하더라도 그저 멍히 있지 말고 뭔가를 하자, 꼭 공부 아니더라도,

그런 것이 실력이 될 거다, 삶의 지혜가 될 거다,

그것이 우리 삶을 밀어가 줄 거다, 했다.

나 또한 그리 전하고픈 말이었으니.

 

하늘 고맙기는 계속된다.

물꼬 일정에 비로 눈으로 볕으로 기온으로 정말 절묘하게 손을 보태는 하늘.

영하 10도로 떨어진다는 날이었으나 바람도 없고 날은 순순했다.

새벽 영하 3도에 그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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