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나무날 대해리도 봄입니다

조회 수 1608 추천 수 0 2005.04.02 02:11:00

< 3월 31일 나무날 대해리도 봄입니다 >

삼촌(젊은 할아버지) 생신이십니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 시금치 캐서 다듬고
편지를 쓰고 상을 꾸미고 선물을 쌌다데요.
미역국은 김경훈님이 끓여내고.
지난 주말엔 김경훈님과 김영규님이
젊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잠깐 나들이도 다녀오셨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혹 부모님(삼촌의)이라면
과년한 자식이 혼자 살고 있음 가만있겠는지요.
얼마나 애가 탈지요.
정녕 그런 마음으로 젊은 할아버지의 짝을 찾고 있기는 한지,
자주 마음이 무거운데 오늘은 더 무게 더하네요.
자, 여기 좀 봐 주세요,
아주 아주 훌륭한 어른 한 분 계시답니다.
누구든 홀로계신 참한 여자 분을 보시거들랑
물꼬로 연락 부탁드립니다요.

병아리가 두 마리나 알을 뚫고 나왔습니다.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말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던 아이들이
아침에 아산에서 달려온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소식부터 안겨주었지요.
이 경이로운 사건에 함께 있어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누군가 가고 누군가 오는 게지요...

손말 시간은 둘씩 짝지어 놀았지요.
< 여우야 여우야 >를 하며.
의자에 앉아서도 재밌던 걸요.
내년에 농아들과 같이 하는 자리에선
제법들 말을 나눌 수 있겠습니다,
이리만 차곡차곡 익혀나가면.

이웃 윤상문 아저씨네 대문을 지키는 개도 아이들의 큰 관심거리입니다.
"웃겨요, 귀 그러면 멍귀 멍귀 짖구요,
설사 설사 그러면 멍뿌지직 멍뿌지직해요."
"진짜예요."
온통 놀이고 온통 웃음인 산골입니다.
재를 묻힌 씨감자를 심고 돌아온 이녀석들
(이웃 친구 재홍이와 형준이도 와서 같이 했다지요),
대동놀이 하자 불러댑니다.
힘기르기(체육)와 더해져서 운동장을 가르며 뛰어댕겼지요.
오늘은 축구공까지 굴리며 놀았더랍니다.

달골 아이들집이 진입로 문제로 난항을 겪었더라지요.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이들을(내 편에서 생각키에),
그들 편에서 문제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네는 그네대로 어떤 논리를 가졌을 테니까요.
뭐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지요,
갈등을 해결하는데 상대편에 서 보는 게 얼마나 훌륭한 길인가는.
아산에서 돌아오자 마자 가방 던져놓고 배움방에서 아이들 작업을 확인한 뒤
이장님댁으로 갑니다.
조근조근 하나씩 짚으며 다시 협상(?)을 시도했더랍니다.
드디어,
오후에 면사무소 산업계에서 농지전용이 통과되었다는 연락이 왔더이다.
물론 진입로에 대한 윤씨문중의 동의서는
나중에라도 시끄럽지 않도록 받아두어야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지만.
일단 법적인 문제는 해결이 다 된 게지요.
든든한 지원군 면장님의 힘과
기꺼이 마음을 내 준 이장님과
마음을 모은 공동체 식구들이 가져온 또 한 편의 성공 드라마지요.

2005년 3월 31일 날씨:맑음
< 썩는다 >
난 "썩는다, 썩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썩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
썩는다는 말은 나뭇잎이 부식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 중에 '나뭇잎이 부식되어'란 말의 과정을 뜻하는 말이다.
썩는 것의 전단계를 '상한다'라고 표현한다.
재미있다.
(5년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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