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쇠날 봄 봄!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2005.04.07 22:07:00

< 4월 1일 쇠날 봄 봄! >

일어나니 젊은 할아버지랑 기사아저씨는 일찌감치
들에 불을 놓으러 나가셨습니다.
봄비가 든 뒤 날이 개자 마을 이곳저곳에서 논둑 밭둑들에 묵은 풀을 태우며
봄 들일들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이랑'입니다.
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선생님, 이거요!"
오늘은 채규입니다, 제가 짚을 만한 지팡이를 어김없이 찾아주는 아이들이지요.
우리는 길을 더듬어 내를 거슬러 오릅니다.
예서 우리 입으로 당장 들어오는 물이기도 하지요.
산길에 어디 물만 만납디까,
들길에서 냉이도 꽃다지도 보고
산길에서 제비꽃이며 봄눈 터지는 소리도 듣습니다.
아무래도 산오름에 준하는 배움방시간이겠다 싶어
미리 힘내라 싸 간 사탕을 내놓았지요.
다 먹은 류옥하다가 입맛을 다시며 더 먹고 싶으라 하는데
"이거 먹어!"
이야, 형님 소리 들을만한 정근이었댔지요.

깊은 산자락이 그려놓은 풍경 앞에
정근이 형님이 소리칩니다.
"집 짓고 살고 싶다!"
휘 둘러보는데, 꼭 지리산 한 언저리에 와 있는 듯하데요.
애 늙은이 류옥하다도 외칩니다.
"경치 한 번 조오타!"
이 수다쟁이들이 말을 다 잊고 한참을 서 있었더랍니다.
다시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오릅니다.
"여기요, 여기!"
아,
바위를 뚫고 나온 물이, 흙 틈을 비집고 나온 물이, 혹은 나무뿌리 사이에서,
작은 실개울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려니 알고 있는 것도 눈앞에 실체로 만날 때의 경의라니요.

물줄기 따라 내려옵니다.
발자국 하나마다 무수한 얘기들을 꼬리처럼 달며
봄이 오는 소리처럼 와글거리는 아이들입니다.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 강물, 큰 강물 모여서 바닷물..."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길,
세상 어떤 것도, 터럭만치도 부러울 게 없는 이곳입니다요!

부엌에서 영어를 끝낸 아이들이 비닐하우스로 달려가
모종도 내고, 별의 별 씨앗을 다 심었답니다.
달골 아이들 집문제로 면사무소 서류절차를 끝내고
군청에 들렀다 사람들을 좀 만나고 느지막히 돌아왔더니
한데모임이 여직 이어지고 있더이다.
"왜 이리 늦었노?"
"서로 할 말이 많아서요."
저들끼리 하는 한데모임도 날마다 모양새를 더해간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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