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혼자 하던 수행을 같이 하니 고맙고 좋다.

계속하는 몸풀기이면 엿가락 같을 몸이지만

더욱 뻣뻣하다.

겨울이어서만은 아니리.

그건 마음이 얼어서도, 나이가 얼어서일 수도.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 일정’ 이틀째.


겨울 산으로 둘러쳐진 마을의 아침은 더디다.

해는 애타게 기다려야 인사를 건네 온다.

하여 07:30 일어나라 일러두었고, 8시 수행방을 열었다.

아침 밥상 설거지와 주변 쓸고 닦고, 10시 고전 강독.

낮 밥상 설거지, 긴 쉼.

그 시간이 밤 시간처럼 개인이 쓰는 시간이 될 것.

낮 3시 일을 시작하고 다시 고전 강독, 저녁 6시 밥상 앞.

산보를 다녀오고 다시 고전 강독.

밤 9시 하루재기를 끝내고 가마솥방 문을 나서면

공식적인 하루 흐름이 끝.

그리고, 속옷과 양말을 손으로 빨 테고 날적이를 쓰고 책을 읽을 것이다.

23시 아이들 방 불끄기.

차차 그림도 그리고 바느질도 하고 그런 시간도 자리를 끼어들며

조금씩 하루흐름이 잡혀갈 것.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고 정리하기,

게으름 혹은 무기력을 밀고 탕 하고 일어나서 움직이기,

대개 하루하루 정성스럽게 살아가기,

머리 하나 빗는 것에서부터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기,

그리고, 영성과 인문학적 소양 넓히기(뭐 얼만큼일까 싶지만)

그런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칼로) 끊듯이, (줄로) 갈듯이, (정으로) 쪼듯이, (숫돌로) 윤을 내듯이.


제1편 學而편 15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례자야.” 자공왈 “시운 “여절여차, 여탁여마, 기사지위여.” 자왈 “사야시가여언시이의, 고제왕이지래자.”)



김원중 역으로 <논어>를 같이 읽기 시작했다.

‘공자가 추구한 인의예악은 오늘날에도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은 당장 눈앞의 것에 급급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공자가 추구한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다만 누구도 시급한 것으로 추구하지 않을 뿐이다.’

역자 여는 글을 곱씹는다.


한편, 이곳의 일상은 또 그대로 이어진다.

전 이장님과 할머니 두 분이 방문하셨더라는데,

곳곳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 시간 교무실에 앉아 바삐 학교 사무 일을 서두르던 참,

통화를 끝내고 나가니 기다리다 가셨네.

바쁜 일 아니라 그저 걸음이시겠거니.

이맘 때, 그러니까 2월은

밭으로 나가기 전 그렇게 마을 어르신들이 건너오면

국수를 나누기도 하고 곡주를 한 잔 걸치기도 하는 때.

올 2월은 ‘스무-’일정으로...

그리고, 제도학교로 간 아이가 부탁한 서류를 챙기느라 정신없었는데,

느린 인터넷 상황을 그만 툴툴거리게 되어도 된.

전교 1등을 하고도 큰 장학금을 놓치게 된 사연.

아비가 지역에 주소를 두지 않아서.

충북도 발전 장학금이라는 게 그 명분.

성적순이면 당연히 줘야지. 아쉬울.

오래전 고교에서 대학 4년 학비를 주는 장학금을

1,2,3등 하던 여자들을 제치고 남학생에게 준 일이 있었다.

지금 세상이라면 남녀평등에 걸렸을 테지. 아쉬웠던.

뭐, 좀,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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