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아침.

아침기온 영상 6도. 봄이다!

그러나, 꽃샘이 있을 테지.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 일정’ 나흘째가 지나간다.

오늘은 하루 단식이 있었네.

일정 가운데 두 차례 하기로 한.

단식, 정치적 이유로, 건강 문제로, 영성을 위해, 불순하게는(?) 살을 빼기 위해서도,

여러 의미로들 한다.

물꼬만 해도 한 해 두 차례 이레씩 하는 단식 일정이 십년도 넘게 있어왔다.

최근 두어 해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건 아닌가 돌아보며 가볍게(짧게) 하는.

단식의 큰 의미 가운데는 참는, 견디는 것의 의미도.

몸앓이의 까닭이 곡기를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니

독을 끊는 것이기도.

몸을 비우는 만큼 맑아지는 영성 경험하기,

그리고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

스물이 갓 넘은 아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했다.


이레 단식이어도 닷새는 심한 육체노동도 이어갈 수 있으니

겨우 하루 단식에 하던 일정들이 어그러질 건 아닌.

해건지기를 시작으로 끼니마다 명상하고

비질 걸레질에 고전 강독에 산보에...

장독대에 갔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장독대에 갔고 윤나도록 독들을 닦으셨다.

독이 숨쉬기 좋도록.

항아리가 윤이 나지 않을 때는 아파 누우셨거나 멀리 떠나 묵어오시는 날.

겨우내 살펴주지 못한 장독대였고,

어제 닦고 오늘은 바닥의 쌓인 낙엽들을 걷어냈다.

간 걸음에 효소 항아리도 하나 걸렀네.

그리고, 어제 달인 겨우살이 병입.


2월의 빈들모임에 식구가 많겄다.

희중샘만 해도, 10년을 꼬박 여름과 겨울을 온전히 예서 다 보낸 그가

드디어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오게 되었는데,

형네 가족 넷까지 더하게 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잊어도 충분한 시간은... 아직 아니겠지요?

...

예전 자봉이었던... 연락을 이렇게 자주 못 드려도 물 홈피는 종종 들어가 보던...

물꼬가 늘 마음에 담겨 있는 이인화입니다.’

아, 인화샘... 긴 시간이 또 흘렀네.

물꼬가 사람들이 보탠 손발로 걸어가는 곳이니

그 손발로 여기에 이르렀는데, 어찌 그들을 잊겠는지.

반갑고 또 반가웠다. 아이랑 온다니 더.

한 곳에 주욱 살고 있으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그렇게 오래전의 인연들을 만나기도 쉬운.

십수 년 전 몇 해 아이랑 다른 나라 공동체를 돌아다닐 적

몇의 선생들이 물꼬 삶을 지켰다.

그땐 서울에 물꼬 중심이 있었으니 서울과 영동을 오가며.

안에 식구라고, 두레일꾼이라 불렸던, 달랑 셋이 있던 그때

이 낡고 너른 곳과 두 지역의 살림을 지켜냈던 건 바로 형길샘을 비롯한 품앗이샘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해 여름은 계자를 하러 한번 들어오기도 했네,

혼례를 올려줄 두 친구가 있기도 하여.

그때 함께했던 인화샘이었고,

상설학교로 문을 열고 그 초반에도 계자에 합류했더랬다.

그리고 오래 소식 모르고 지난.

박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혼례를 올리고 아이가 태어나 다섯 살.

그 아이랑 하는 첫 여행지로 물꼬를 잡은 그이다.

‘여행을 잘 가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즐길 줄도 모르지만

아이랑 호젓하게 걷고 쉬고 자연을 보고 싶어서...’

소식 드물다가도 아이 키우며 또 만나게 되는 물꼬이더라.

아이들 인연이 참 긴 여기.

품앗이샘들이 결혼을 하고, 거기 주례를 서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 자라 오고...

초등 아이가 자라 중고생 자원봉사자인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직업을 가진 뒤엔 논두렁이 되고...

스물 둘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낼모레 육십인 할머니’(아이들에게)가 된.


멀리서 벗 하나도 오랜 감기로 고생이라더니

이웃집 어르신 한 분도 그러하다.

여기도 기침감기가 시작되려.

열심히 꿀차며 모과차며 유자차를 낸다.

몸을 건사하는 일이 어떤 것보다 앞서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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