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16.불날. 눈보라

조회 수 763 추천 수 0 2016.03.08 07:56:30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일정 이레째.

띄엄띄엄 흩날리던 아침 눈이 주춤했다가 밤 눈보라로 다시 오다.

눈보라를 뚫고 오늘도 밤길을 3km 걸었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는 고샅길이다.

“에레레스트 등반하는 것 같애요.

...돌아갈까요?”

하지만 우직하게 갔다.

다른 날처럼 조잘거릴 수가 없이

필요하면 등대 같은 가로등 불빛에 기대 손동작을 하며

거친 바람이 숨을 몰아대며 눈을 안개처럼 쓸어 올렸다.


잠깐 잘하기는 쉽지만 오래 그러기는 힘들지.

이제 이레를 보냈다.

오늘 아침은 다시 마음을 곧추세워보는 지점이었다.

몽고는 아침 해건지기 가운데 둘째마당에서 아흔두 차례의 절을 했다.

(첫째마당 국선도, 둘째마당 티베트 대배 백배, 셋째마당 명상)

장하다.

하더라.

오늘은 데생과 바느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일정과 일정 사이 그렇게 야금야금 영역을 넓히며

생각했던 것들을 끼워 넣고 있다.

바느질이란 게 마름질이 반이다.

몽고는 사각형을 그리는데 시접의 관계를 헷갈려하기도.

결국 시접을 생각지 못하고 천을 바느질 선따라 잘라 아차차.


“살쪄서 가겠어요.”

몽고는, 움직임은 많으나 살이 빠지지는 않겠다 한다.

삼시세 때 밥과 낮 참, 그러니까 하루 네 끼의 밥을 따끈하게 마련해먹는 일이

소중하기도 하고, 그게 다 살로 가지 싶다.

오늘은 수제비를 해먹었습니다.

“(집에서는) 이런 건 나가서 사먹죠.”

뭐 여기서 사먹을 데도 없지만,

집에서 해먹기 귀찮기 쉬운 핏자며 빵도 그리 구워줄 생각이다.

내가 그리 해멕였으면 너도 날 위해 적어도 한 번은 밥상을 차려주어야지,

그래놓고 찌개 두어 개 손수 끓일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밥상을 받아먹을 계획도 있는.


잘 지낸다.

재밌어도 한다.

힘이 들 법도 하련만, 곧잘 한다.

듬성듬성 닦이던 바닥이더니, 이제 걸레질도 틈이 없도록 한다.

밤 10시에야 가마솥방을 나섰는데,

사택으로 가서도 일이 이어졌다.

방도 좀 가지런해 해두기! 누가 보나 안 보나 내 정신 차리려.

방 청소도 자연스런 일이 되도록 아침저녁 짚는다.

이레에 이르니 전체 하루흐름이 제대로 짜여졌다!


다음 숙제라면,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알참, 뭐 그런 게 있겠다.

자신의 시간을 조직하는 법, 이런 건 또 어떻게 훈련하면 좋을지

요리조리 궁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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