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746 추천 수 0 2016.03.09 15:03:43


날은... 잘도 간다. 삶이 그러하듯.

모든 일은 끝에 이른다, 어떻게든. 우리 삶 또한 그러할지라.

지난 10일부터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 일정을 진행 중이다.


바느질을 했다.

힘 조절이 쉽지 않은 아이들.

나이 스물 갓 지난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기 흔한.

차분하게 앉았자고 하는 일이지만

‘성질머리 더 드(‘더’가 아니라)러워진다’는 아이들.

홈질인데, 바느질하기 좋은 천인데,

손의 힘 조절이 되지 않아 자꾸 옷감이 당겨 쭈글거린다.

그 상태로 매듭까지 지어놓은 몽고.

곁에서 함께 바느질을 하며 명상하드끼 앉았으니

덩달아 또 한 땀 한 땀 떠나간다. 벽장식품 만드는 중.

애고 어른이고 사람들과 앉았는 시간이면

노는 손은 바느질감을 들고 있기 좋다.

요새는 조각이불 하나 만들고 있다.

젊고 좋은 날 다 흘려보내고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바늘귀를 찾고,

어깨도 아프다.

바늘귀 쪽을 잡게 되는 검지 부분은 콕콕 바늘귀가 닿아 오돌토돌.

무언가를 하기에 늘 너무 늦고,

하지만 그때가 또한 늦지 않은 때.


바느질...

우리는 그 끝에 ‘매듭’을 짓는다고 한다.

어떤 일에서 순조롭지 못하게 맺히거나 막힌 부분도 그리 부른다.

일의 차례에 따른 결말도 매듭이지.

바느질할 때에 바늘을 한 번 뜬 그 눈은 바늘땀.

실을 꿴 바늘로 한 번 뜬 자국을 세는 단위.

조각천을 이을 때 아주 꼼꼼하게 촘촘히 땀을 뜨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옷감이 울기 쉽다.

언제나 그러하듯 너무 듬성듬성이지는 않게, 그렇다고 땀이 너무 죄도 아니 된다.

적당한! 중도라면 중도일.

바느질이 또한 우리 삶의 결이더라.


맞벌이를 하는 도시 가정에서 온 한 아이로,

그가 이 안에서 참까지 네 끼를 먹는 과정에 여러 날 있으니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저희는 반찬 사먹어요.”

요새는 도시 가정들에서 적지 않게

반찬꾸러미, 농산물꾸러미는 들어봤지만, 이번에 처음 들었다,

알아서 바꿔가며 여러 가지 반찬을 주기별로 배달해 오는 가게를 이용한단다.

그런데, 거기, 찌개랑 국도 같이 있다고.

깜짝 놀랐다. 반찬꾸러미라는 것에도 와, 하고 눈 둥그레졌는데, 찌개와 국까지!

그럴 수밖에 없는 도시 엄마들의 바쁨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한편 우리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다.

죽음과 삶, 의료도 집 담을 넘은지 오래이더니

이제 밥까지 그런 갑다 싶은...

산다는 것에, 같이 산다는 것, 밥상에 앉는다는 것들에 대해.

밥을 해먹고 사는 것도 이제는 ‘저항’의 하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침에는 작은 우울(?)이 있었다.

일상훈련을 하고 있는 한 젊은 처자의 걸레질로 시작된.

시간적으로 그리 짧게 끝날 수가 없고, 걸레가 그리 깨끗할 수도 없을 터인데

걸레를 들고 와 다시 닦자 걸레는 시커매졌다.

구석구석 걸레가 닿지 않기도 했고.

애가 탔을 그니의 엄마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걸레질은 이곳에서 날마다 하고 있는 일인데, 아흐레 이적지 매일반이다 싶으니...

간밤에는 비누 잔뜩 묻은 샴푸통이 욕실에 있었다.

정리를 습으로 가르친다는 우울이...

감기 기운인가, 곤함이 몰려온 때문인 듯도.

하기야 이제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고...

사람이 어디 그리 쉬 변하던가.

헌데, 평생을 현관에서 벗어둔 신발을 가지런히 하지 않던 아내가

물꼬를 다녀가고 평생을 못 고친 습관이 달라졌다던 선배도 있지 않았던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때로 한 순간이 우리를 바꿔놓기도 할지라!


반전.

모레 바깥밥을 먹기로 하면서.

시작은, 학교아저씨가 이제 고3이 되는 아이를 위해

오는 주말이 아니면 온 식구들이 다 모이기 어려울 것이니

아마도 그리 모여 밥 먹을 마지막 주말이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신났다, 모두.

때로 그런 지점이 어떤 전환을 부르기도 하지.

여기서 어른들이야 늘 집밥 최고이거니 먹고 살지만

아이들은 아주아주 신바람이 날 일이겄다.


그리고 소식 하나.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니

긴 세월 지나 소식이 닿는 일이 드물지 않다.

오늘은 품앗이 의숙샘의 목소리가 남겨져 있었다.

그의 다섯 살 조카 동오는 군대를 다녀왔더라.

아리샘이며 이름자들을 보며 20여 년 세월 나는 왜 그리 같이 보내지 못했을까,

회한 같은 것이 스몄다는.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리 또 마주하게 되지 않았는가.

다들 수고로웠을 생이라.

어디 있건 우리 살아, 살아냈을 터.

어디서고 제 삶의 소명을 이고 그저 살고 또 살고 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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