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21.해날. 맑음

조회 수 891 추천 수 0 2016.03.13 01:50:32


해날 아침이어도 수행은 계속된다.

해건지기로 여는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일정’ 열이틀째.

휴일이라고 일을 밀고 여유로이 바느질.

하지만 하루흐름은 그대로.

스무하루 동안은 그저 날마다 같은 날이기로.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수행 마지막 우리들의 인사는 그러한데,

그 끝에 몽고는 꼭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며 인사한다.

마음 환해지는 아침.


오늘은 바닷것들이 오른 밥상이었다.

굴전, 굴국밥, 가리비찜.

산골에서 드문 일.

하여 반갑고 맛나기 더했을 테지.

우리 늘 풀이랑 가까우니.

어제 외식대신 들여온 재료들이 남아

그리 밥상을 풍성케 했네.


선반 양념통들을 청소하다.

오래 쓰다보면 손때도 묻고, 시간이 더께가 된다.

옮겨 담고 불리고 수세미로 솔로 박박 문지르다.

굳이 원래 통으로 다시 옮기지 않고 그리 계속 쓰자 싶은데

쓰던 것에 익어져서 그런가 아무래도 좀 불편했다.

쓰던 소금통과 고춧가루통만 해도 가만 보니

새로 마련한 것보다 조금 얇다.

그 말은 손에 잡기가 더 좋다는.

아하, 다 그게 그리 오래 쓰이던 까닭이 있었고나.

결국 원래 통에다 다시 옮겼네.

이런 잔잔한 일상 흐름들이 좋다.

살면 살수록 이런 시간들이 지닌 가치가 훌륭하게 다가오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가.

가마솥방에 자주 판소리를 틀어두는데,

한창 공부하고 있는 대목을 여러 차례 돌려둔다.

그런데, 엊그제는 학교 아저씨가 홀로 흥얼거리고 계신데,

바로 그 대목이다.

아이도 못잖다.

저녁 밥상을 물린 뒤 산마을 고샅길을 날마다 3km 걷는 밤마실에서

자주 같은 대목의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내가 틀린 대목을 짚어주기까지.

‘젖어든다’, 그런 거다. 무서운 일일지라.


그리고,

곱씹는 논어 한 구절.

<논어>(김원중 역) 제16편 계씨 1장 가운데서.

“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구야문유국유가자, 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 개균무빈, 화무과, 안무경.”

“내가 듣건대 국가를 소유하고 있는 자는 (재화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근심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안정되지 못함을 근심한다. 대개 (분배가) 고르면 가난한 사람이 없고, 조화로우면 적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며, 안정되면 (나라가) 기울어질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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