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의 마지막 일정, 빈들모임이 있는 주말.

휘령샘이 빈들모임에 보낸 선물이 닿았다.

태국 여행을 가서 예쁜 양초(너무 예뻐서 도저히 불을 붙이지 못하겠는)를 보며

물꼬가 생각났단다.

찻자리에서, 가마솥방에서, 수행방에서, 춤명상에서 잘 쓰이는 양초들이다.

학교 뒤쪽 댓마 이웃에서 분이 잘 묻은 곶감이며 호두기름도 들여줬다.

161 계자 밥바라지 엄마 1호기 귀옥샘은

두텁떡(봉우리떡이라고도 하는, 밤 대추 잣 호두들이며 유자청건지도 들어간 소)이며

코다리찜이며 시래기국이며 바리바리 또 얼마나 싸오셨는지

놀라운 가방이었다. 그 품과 마음이라니...

아리샘네서는 블루베리며 요걸트며 과자며들로 빈들을 맞아주었네.

늘 여기 살림이 그런 마음들을 보태 돌아가는.


사흘을 앓고 아침까지 몸을 일으키기 힘이 들더니

곡기를 끊어주어서인가 그럭저럭 회복이.

짚어보니 급성장염이지 않았나 싶은.

여느 날에 견줘 조금 더디게 해건지기.

오전에는 사람들이 본관청소,

마을로 들어오는 저녁버스가 닿기 전

먼저 들어온 여진샘과 류옥하다가 달골 청소를 돕다.

겨우내 비워두었던 달골은 2월의 빈들모임과 함께 그리 연다.

“고3 수험생 데리고 청소 시키는 엄마는 나 밖에 없을 거야.”

“그걸 또 하는 하다도 대단해요.”

고마운 일들이다.


마주서기’.

대부분 내일 들어오겠다고들 했다.

그래도 오후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이들도 몇.

아이랑 첫 여행을 계획했던 품앗이 인화샘이 못 오고,

희중샘네 형님 가족은 다음 일정에 동행케 됐네.

여기저기 감기들이 깊다.

스물에서 그렇게 다섯이 빠져 열다섯이 밥상에 앉을 이번 일정이다.

전체흐름을 안내하고,

불가에서 노닥노닥 물꼬에 다시 오기까지의 시간들도 나누고.


이어 저녁밥상을 물린 뒤 ‘실타래’.

우리가 안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모여 앉아 바느질도 하면서 난로의 열기 못잖은 따숨이 있었네.

그리고, 아이는 그런 어른들을 맴돌았다.

배움이 꼭 대상자를 향해서 진행되지 않아도

우리 곁에 왔다 갔다 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이 시간을 함께 여행하리라.

우석이가 실뜨기를 시작해 대전이 이루어지느라 밤늦은 줄을 모르고 같이 즐겁기도 하였네.


몇 없으니 다들 사택에서 자기로.

다녀갔던 이들이라, 70년대 지어진 낡은 사택에서 잔 적도 있어

구기고 포개서도 맘 편히 자겠노라고.

아리샘과 겨울을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을 공유하느라 늦은 밤을 보낸 뒤

식구 하나 배탈이 나서 심란하게 해둔 해우소를 물로 청소하고 운동장을 건너니

야삼경이 훌쩍 지나있었다.


서울에서 하는 책읽기 모임 ‘섬모임’을 이 2월에는 물꼬에서 하기로도.

그래서 아리샘이며 연규샘이며 여진샘이며들이 이 빈들에 합류하게 된.

내일은 나머지 구성원들이 들어온다.

8월이면 교환학생으로 떠날 연규샘이며,

벗을 데려오는 기표샘이며,

그 누구보다 물꼬 인연 10년에 부모님을 모시게 오게 된 희중샘.

(그게 어디 또 그냥 10년이던가, 여름과 겨울을 달포에 가깝게 물꼬에서 보내던)

지난겨울 계자를 같이 했는데도 온다고 버선발로 좇아나가 맞을 설렘이 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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