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자정이 넘고 아이가 공부하는 창 아래 개구리 한 마리 울더란다.

“아, 경칩!” 했다지.

그래, 아, 경칩!


4일 이른 아침 흐린 서울을 떠나왔다.

대해리는 새벽부터 비 내렸다고.

비 많다가 잦아들다 갰다 다시 쏟아지다 잠시 사이 두고 비바람.

며칠 집을 비우면 그만큼의 일을 채우느라 잰 손.


봄비가 억수비라니, 5일 밤,

깜짝 놀랐겄다, 땅이.

새벽부터 바람과 함께 내린 비는 운동장을 물바다로 만들더니

한밤 폭포수라고 해도 되겠는 양 쏟아졌다.

경사지라는 경사지에서 물이 콸콸거렸고,

사택 된장집 마당은 한강이었다.

이럴 때 그러더만. ‘겁나’ 내린.

봄 오고 이제 쌓인 낙엽이며 사택 가장자리며 운동장 가 수로를 쳐야지,

그런데 창대비 발이 더 빨랐고나.


희중샘의 연락.

양장점 하시던 이모가 천을 처분하려는데,

물꼬가 필요하면 보내준다고.

‘수량은 꽤 많습니다. 봉고로 한 차.’

파실 데 팔고 예쁜 천으로 조금만 달라 한다.

말해야한다. 그래야 안다니까.

희중샘의 어머니 지난 빈들모임에 다녀가며

천들을 여기저기 얻어다 잘 쓰시는 것 보신 데다

조각천이라도 반갑다 하였더니 이런 소식이.

그 천들로 본관 복도 북쪽 창들에 내릴 스크린을 만들어도 좋겠다 싶은.

감의 종류를 봐야겠지만.

하기야 무엇으로라도 잘 쓸 테지.

고마운.


고교야구는 고교 교실을 열광케 했다. 나 역시 덩달아 목소리 컸던.

하지만 ‘좋아한다’를 좋아했지 실제 야구를 그리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지금 축구광 가족들 사이에서 역시 ‘좋아한다’ 할 뿐이지 그리 알고 보는 것도 아니다.

‘축구는 한을 내지르는 거다. 가로막힌 한을 뚫고 나가 끝내는 한을 풀어주는 것이 축구다.

축구의 철학적 뜻은 우뚝 솟은 것도, 후미진 것도 다 발로 차버리자는 것이다...’

어쩌면 축구는 백기완 선생의 말로 더 좋아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식구들의 그 말 때문에도 밀린 야구,

하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는 매력적이었고,

고교야구를 봤던 이들이 감독하는 야구 소식을 곁눈질 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챙겨서 볼 만큼의 야구는 아니었다.

그런데 창원이 연고지인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순전히 세월호 때문이다,

NC다이노스가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희생자 1주기를 맞아

'4번'과 '16번'이 비어있는 배번표를 공개’했던 때문이었다.

물론 시작은 우연이었다.

시즌 전에 등번호가 조정되면서 우연히 4번과 16번이 비게 된.

“주인 없는 숫자 둘. 우리는 4와 16을 마음에 담겠습니다.”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 했다.

그래,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은 기억한다는 것이고,

나서서 뭘 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서면 따라는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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