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날리던 새벽이더니
아침에도 눈 살짝 팔랑거렸다.
그래도 마늘밭에선 마늘촉이 올랐더라.
씨감자도 왔다.
봄이 정말 오는 가부다.
바깥에서 좀 움직이다 주말이라고 가마솥방 난롯가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앉았는데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찾는다.
엊그제부터 들어온 전화였는데 한숨 돌리고 하자던 것이 결국 전화 다시 받고 아차.
“어디여?”
혹 출장이라고 갔냐고.
“학교요.”
“집사람이 깻잎 좀 가져가라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댁에서 소금에 절인 깻잎을 얻어다 먹었다.
“쪘댜아.”
깻잎... 그걸 키우고 하나씩 따고 정리하여 한 묶음씩 실로 묶고
소금물에 절였다 건져 찌기까지 한 과정.
산골 먹을거리가 그러하듯 시간을 들이는 일들이다.
땁박땁박 받아먹기는 수월해도 그게 어디 보통 시간들일 것인가.
이번에는 찌기까지 하셨다네.
한통을 받아다 양념해둔다.
식구들도 오가는 이들도 잘 먹는 반찬이다.
이런 그늘로 또 산마을의 날들을 이어가노니.
그런 물건들이 있다,
무슨 대단히 기계적인 것이 아니어도 그러니까 아주 간단한 것인데
꽤 쓸모를 주는, 없으면 퍽 아쉬운.
가령 등을 긁는 효자손 같은.
파리채도 그렇지.
부엌에서 뜨거운 찌개냄비를 집어 옮기는 물건이 있다.
얼마 전부터 그 집게 그만 망가져 고치거나 구해야지 하고도 못 챙기고 있었는데,
하여 행주로 양 손잡이를 잡고는 하였는데,
기숙사에서 하룻밤 들어온 아들이 멀쩡하게 고쳐주었네.
대처 갔던 자식들이 고향집에 돌아와 돌보아주던
시골 할머니 생각키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