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14.달날. 맑음

조회 수 680 추천 수 0 2016.03.31 05:07:25


새들이 봄을 물고 왔다.

맑은 날. 하지만 하늘 좀 뿌옇더라. 미세먼지일.

고래방 꽃밭 둘레는 이제 좀만 지나면 돌이 묻히기 일쑤일 풀들의 계절이라

검은 비닐을 돌려가며 깔았네.

여름날 벗겨주리라.


어머님께서 전화주셨네. 참 고마운 사람이 다녀갔다고.

많이 고마워하시면서 꼭 전화해라 하시네. 고맙소.

멀고 어려운 걸음 마음내어 해주심에... 그래서 내 어머님께 큰 위안 주고 오심에...

복 많이 받으실꺼여...’

요양병원을 다녀왔다.

선배의 어머니 거기 계신다.

고마운 사람이라 했다.

하루만 내면 될 일을 겨우 한번 해놓고, 열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그 길을 선배는 그리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구나...

병실 창가를 집처럼 화분 늘여놓고 있기

병실의 삭막함이 덜해 마음 좋더라.

어머니는 이웃이 농사지어 보낸 고구마를 쪄먹으라 나눠 싸주셨다.

난로에서 얼마나 고솜함을 피울꼬.


먼 곳의 벗네에 들렀네.

홀로 살아 홀가분한 그곳, 단순 소박한 이라 요란한 것들이며 가구 없이 단촐한 살림이

공간을 더욱 넓게 해주어 아쉬람 같기도 한.

작은 집을 욕심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수행하는 이답게 이리 정갈함을 건 이들이 있기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있더라.

정말 쉬는.

그런데 그 편안함은 그의 ‘무심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젊은 날에, 혹은 연애를 할 땐 상대를 서운케도 했을 법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무심함(무던함이라고도 할)이 고마운.

너무 살핀다고 상대를 꼭 편케 하는 것도 아닌.

때로 그저 곁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무슨 일이냐 묻지 않는,

그런 무심함이 안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위로를 주기도 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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