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14.달날. 맑음

조회 수 668 추천 수 0 2016.03.31 05:07:25


새들이 봄을 물고 왔다.

맑은 날. 하지만 하늘 좀 뿌옇더라. 미세먼지일.

고래방 꽃밭 둘레는 이제 좀만 지나면 돌이 묻히기 일쑤일 풀들의 계절이라

검은 비닐을 돌려가며 깔았네.

여름날 벗겨주리라.


어머님께서 전화주셨네. 참 고마운 사람이 다녀갔다고.

많이 고마워하시면서 꼭 전화해라 하시네. 고맙소.

멀고 어려운 걸음 마음내어 해주심에... 그래서 내 어머님께 큰 위안 주고 오심에...

복 많이 받으실꺼여...’

요양병원을 다녀왔다.

선배의 어머니 거기 계신다.

고마운 사람이라 했다.

하루만 내면 될 일을 겨우 한번 해놓고, 열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그 길을 선배는 그리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구나...

병실 창가를 집처럼 화분 늘여놓고 있기

병실의 삭막함이 덜해 마음 좋더라.

어머니는 이웃이 농사지어 보낸 고구마를 쪄먹으라 나눠 싸주셨다.

난로에서 얼마나 고솜함을 피울꼬.


먼 곳의 벗네에 들렀네.

홀로 살아 홀가분한 그곳, 단순 소박한 이라 요란한 것들이며 가구 없이 단촐한 살림이

공간을 더욱 넓게 해주어 아쉬람 같기도 한.

작은 집을 욕심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수행하는 이답게 이리 정갈함을 건 이들이 있기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있더라.

정말 쉬는.

그런데 그 편안함은 그의 ‘무심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젊은 날에, 혹은 연애를 할 땐 상대를 서운케도 했을 법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무심함(무던함이라고도 할)이 고마운.

너무 살핀다고 상대를 꼭 편케 하는 것도 아닌.

때로 그저 곁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무슨 일이냐 묻지 않는,

그런 무심함이 안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위로를 주기도 하노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4294 2016. 4. 9.흙날. 흐림 옥영경 2016-04-14 755
4293 2016. 4. 8.쇠날. 갬 옥영경 2016-04-14 683
4292 2016. 4. 7.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6-04-14 772
4291 2016. 4. 6.물날. 저녁부터 비 옥영경 2016-04-14 739
4290 2016. 4. 5.불날. 충충해지는 오후의 하늘 옥영경 2016-04-14 758
4289 2016. 4. 4.달날. 잔비 내리다 갠 옥영경 2016-04-14 822
4288 2016. 4. 3.해날. 비 / 달골 명상정원 굴삭기 작업 세 번째, 이튿날 옥영경 2016-04-12 807
4287 2016. 4. 2.흙날. 맑음 / 달골 명상정원 굴삭기 작업 세 번째, 첫날 옥영경 2016-04-12 762
4286 2016. 4. 1.쇠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1
4285 2016. 3.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0
4284 2016. 3.30.물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694
4283 2016. 3.29.불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48
4282 2016. 3.28.달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708
4281 2016. 3.27.해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686
4280 2016. 3.26.흙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683
4279 2016. 3.25.쇠날. 맑음 / 크루이프를 추모함 옥영경 2016-04-08 926
4278 2016. 3.2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08 681
4277 2016. 3.23.물날. 맑음 옥영경 2016-04-08 676
4276 2016. 3.22.불날. 맑음 / 달골 명상정원 큰 굴삭기 작업 두 번째, 사흗날 옥영경 2016-04-08 812
4275 2016. 3.21.달날. 맑음 / 달골 명상정원 큰 굴삭기 작업 두 번째, 이튿날 옥영경 2016-04-07 71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