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 된장집 아래 생강나무 꽃망울이 몽실거린다.
“지금 달골 언덕 올라가요!”
아침 7시 30분, 장순샘의 전화.
오늘부터 사흘 달골에 큰 굴삭기 작업을 하기로 했다.
지난가을부터 달골에 명상정원 ‘아침 뜨락’(가칭)을 만들고 있다.
전체 땅모양이 산을 향해 입을 벌린 물고기.
(오늘 경계측량 성과도를 보며 알았다!)
우리 마을이 대해리(大海里), 큰 바다 마을이지 않나.
불기운이 많아 이름을 그리 썼다던가.
그 바다에 큰 물고기 하나 있었던 거다!
작년 10월 6일부터 나흘 동안 굴삭기가 들어가 바탕작업을 했다.
그때, 땅의 머리 부분에(물고기 입 모양께) 큰 연못을 두었고,
‘아고라(’어원 ‘모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의 중심에 있는 광장)를 만들었다.
아고라는 지난 겨울계자(계절자유학교)의 하루 아침, 명상터로 잘 쓰였더랬다.
11월 14,15일 주말에는 열댓 샘들이 돌을 골라내려 모이기도.
겨울 지나 얼었던 땅이 녹고 있는 이즈음,
사흘 동안 대형 굴삭기 작업을 다시 한다; 17일, 21일과 22일.
오늘부터 사흘내리 하자던 일이 내일 비가 온다고도 하고,
굴삭기 기사가 주말에 다른 일이 생기기도 하여.
경사지 맨 위에 둔 연못이 너무 큰 듯하여 규모를 줄여 위에서 내려오는 물만 잡게 줄이고,
한가운데 중심 연못을 다시 파고,
해를 향해 들머리를 둘 곳에 계단을 만들고,
연못 위쪽으로 라비린트(미궁. 걷는 명상을 할 공간)를 만들 공간을 편편하게 고르고,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리하여 전체 땅의 높낮이를 잡으려.
이어질 다른 작업은 이제 작은 굴삭기가 들어와도 될.
그런데, 돌이 많다, 퍽.
틈틈이 묵어가시는 분들이 손발 보태실 수 있으면 큰 힘일 테지.
바깥나들이를 가자던 4월 빈들모임도 달골에 모여 돌을 골라야지 않을까 싶은.
달골 창고동으로 들어가는 물을 잠가두었던 것을 오늘 열었다.
헌데, 모진 겨울이 할퀸 자국, 변기가 두 개 깨져 물이 샜다.
남자 쪽에 하나 있는 것과 여자 쪽에 있는 두 개 가운데 하나.
양변기가 여기선 아주 소모품일세.
서너 해 전 겨울 지나 다시 했던 공사였더랬지.
으음... 언제 손을 대야 하나, 6월 전에는 하리라 한다.
뒤늦게야 열선을 감아둘 생각을 하였네.
학교 아저씨는 창고동 앞 아무렇게나 널려있던 땔감들을 정리했다.
오전 오후 참을 내고 낮 밥상을 차린 뒤 작업현장을 오르내리다
달골 아래 물꼬 땅 아래쪽으로 계곡까지 처음으로 마른 풀섶을 헤치고 다녔다.
이적지 여기 살아도 그런 하루를 내지 못한.
이제 정말 뭘 좀 할라나 부다, 비로소 주변을 이리저리 가늠해보는.
작업을 끝내고 사람들 가고
홀로 명상정원을 걷고 또 걷기도 했다.
기운이 어디로 흐르고 그것이 몸을 어찌 타는지 느껴보는.
다음주말 끝에는 달골로 잠자리를 옮기려 하는데...
(겨울이면 산 아래로 내려와 사택에서 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