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가지 꺾어 항아리에 담아 가마솥방에 들이다.

마당에만 있던 봄이 안방까지 쑤욱 들어왔네 그려.

보름이 가까운 모양이다.

달 훤하다.

봄밤이다. 마당에 앉았다.

수선화가 두런거리는 듯하다.

창 밖에 무언가 궁금할 일이 있는 양 매달린 아이들처럼

오늘 우르르 얼굴을 내밀었다.

가마솥방 앞 꽃밭 돌 틈 사이, 고래방 앞 두 번째,

늘 맨 먼저 피어오르는 무더기들이다.


달골 몇 차례 오르내리니 하루해가 졌네.

달골 큰 굴삭기 작업 이틀째, 지난 나무날에 이어. 내일까지.

여기는 대해리, 큰바다마을.

그런데, 명상정원 ‘아침뜨樂)’(가칭) 자리가 꼭 물고기 형상.(지적도)

대해리에 숨어있던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낸 거다.

입을 산꼭대기로 향하고 있다.

중심 연못을 좀 더 넓혔고, 걷기 명상을 할 라비린트 공간을 또한 더 넓혔으며

그러자니 물고기 입 모양 앞, 전체 땅의 머리 부분 쪽 아가미 자리는 좀 줄어들었다.

라비린트 안쪽엔 밭가에서 발견된 돌확을 눈동자로 놓았다.

들머리 부분, 그러니까 햇발동에서 명상정원 쪽으로 가는 경사지에

바위들을 벽처럼 둘러치다.

돌이 많은 곳이나 쓰려니 또 큰 바위가 그만큼 있는 건 아닌.

해서 아래 밭가 가장자리에서 돌을 캐내와.

장순샘과 학교아저씨는 밭가나 들머리에 남긴 나무들을 다듬었고,

아고라 바닥의 잔돌을 골라내

아고라 무대 뒤 경사지 쪽으로 나무를 중심으로 축대처럼 쌓고 있다.

오전 오후 참을 내고 낮밥을 냈네.


잠깐 마을 형님 한 분 건너오시다.

군대를 보낸 큰 자식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그 길로 시골로 내려온 당신,

남은 아들을 장가보내며 눈물을 그리도 쏟으셨더라지.

엊그제 혼례잔치를 치렀고, 다녀간 이들에게 보내는 인사 문건을 만든.

언젠가 받아두었던 혼례하객들에게 보낸 다른 댁 인사장을 참고한다 가져오시기도.

같이 만들고 인쇄하고 봉투에 넣고.

이렇게 바로바로 일하는구나,

나는 석달 열흘이 지나서야 겨우 인사를 하고는 한다. 그보다 훨씬 지나기도 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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