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하루였다.
이번 학기 진행하기로 한 일을 의논하기 위해
충남대에 들어간 걸음에 이주욱 교수님과 원규샘과 점심을 먹다.
물꼬를 다녀간 젊은 벗들도 봤다.
원규샘은 초정약수를 실어주었다.
불편했던 안경도 덕분에 이제야 바꾸었네.
고3 담임선생님과 아이를 어떻게 지원할까 의논도 하다.
아픈 어르신 한 분도 아이와 함께 문안드리다.
사람 산다는 것이 이런 일 아니겠는가.
손 편지 하나 닿았다.
나이 드니 몸도 봄이 멀다,
그래도 산천에 깃든 봄꽃들, 그 봄을 언제 같이 한 번 보러 나서자는.
편지...
오랫동안 생각하고 편지를 쓰고
쓰면서 지우고 찢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다 쓰고 보낸 뒤에도 편지의 구절들을 되씹고
편지가 가는 데 며칠이 걸리고
혹은 먼 곳은 배편으로 석 달이 걸리기도,
그리고 답장을 기다린다.
편지를 받고 읽고 또 읽고 생각을 하고 또 하고 그리고 쓰고 또 쓸 것을 생각하며
답장이 오는 시간도 그만큼의 시간일 것을 짐작했던 시절,
긴 시간 안에 살았던 때.
애틋함도 더 했던 그런.
이젠 편지를 손편지라고 구분해야 하는.
우표가 300원이더라.
묵은 마음이 좀 있었더니
편지 한 통이 그 마음을 다 헹구어주데.
오늘은 벗에게 편지를 쓰리라,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꾸욱꾹 눌러,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봉투에 넣기 전까지 읽고 또 읽으며.
그렇게 삶에 ‘시간’을 들이리라.
그건 달려가느라 미처 내 곁에 이르지 못하고 저만치 뒤처져있는 영혼을 챙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