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29.불날. 맑음

조회 수 749 추천 수 0 2016.04.11 02:11:41


트럭을 끌고 새벽에 떠나 자정이 넘어 돌아왔다.

거제도에서 차나무와 단풍나무와 삼나무를 실어왔네.

봄 일이 바쁜 그곳이었다. 하던 일을 접고 맞아주었다.

누군가 다녀가는 일이 그런 번거로움일 것.

이 산마을에서 끊임없이 경험하는.

차 뿌리는 깊었고, 선배가 굴삭기로 파내주었다.

위로 보이는 줄기만큼 뿌리 길이가 그러하다는 차나무.

흙을 털고, 가지를 자르고, 단을 엮고...

서둘러 일했다. 힘들었다.

공고지 너른 수선화 밭에서 온 수선화도 몇 뿌리 나눠주셨네.

차나무는... 지구온난화로 차와 대나무의 북방한계선도 높아졌다는데,

그것 아니어도 차령산맥 이남이라 살 확률 크다 하겠으나

북으로 난 이 골짝 달골에서 과연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냉해를 입지 않도록 덮어줄 것도 고려한다.

그러자면 한 데 모아 심어야 일이 덜할 테지.


소은샘이 밥상을 차려주었다.

내일 아침에 돌아가라 잡았지만, 수업 준비도 해야 하니...

“내가 (트럭) 끌고 가지 뭐. 산 아래만 내려주면...”

곡주들을 마실 녘

마음 쓸 일이 몸으로 왔는가, 장이 다시 요동을 쳐서

잠시 누웠기도.


늦은 밤, 같이 간 벗 대신 트럭을 운전하다.

매뉴얼 차를 운전해본 게 얼마나 되었더라, 20년!

펜실베니아 헌드레드 폴드 팜에서 아주 잠깐 운전대를 잡았으나

시동 몇 차례 꺼트려 사람들이 말린 게 마지막 기억.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망가진 무릎으로 통 클러치를 밟지 못해

트럭 운전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

곁에서 운전강습처럼 벗이 입으로 말하면 그걸 몸으로 옮기는,

스스로 기특해하며,

마치 차를 처음 운전하던 1989년의 그 겨울 상도터널에서처럼,

그렇게 주춤주춤 고속도로를 달리다.

그러자니 온 팔과 어깨와 다리가 긴장으로 뻑뻑.


‘비보호 좌회전’ 신호등 앞에서 잠시 골몰해졌네.

비보호 좌회전...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신호일 때

반대 편 차선에 주행하는 차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좌회전을 허용하는 교통신호.

모든 비보호 신호 체계 시 반대쪽 차선은 직진.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이 통행이 없을 경우 가라.

음, 삶이 비보호 신호 체계구나 싶은.

말 그대로 보호가 안 된단 말이지.

그러니 알아 보호하란 말.

맞은 편 차는 직진으로 달려오고, 마구 달려오고,

틈이 쉽지가 않아, 때론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무리한 진입이 사고를 부르기도.

그래그래, 적어도 초록불인지 빨간불인지는 보고 판단하기.

빨간불 앞에선 모든 차량이 정지해야는 거.

지금은 빨간불. 너도 나도 멈춤!

우리는 지금 초록불을 기다리는 거야. 너무 오래지는 않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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