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불날 푸르고 맑은

조회 수 1470 추천 수 0 2005.04.07 22:11:00

< 4월 5일 불날 푸르고 맑은 >

한식이고 청명이고 식목일입니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개자추의 혼령을 위로합니다.
산소를 찾아온, 고향을 떠났던 이들로 복작대는 하루네요.

자유학교 물꼬는 주중에 있는 빨간날에도 공부를 한답니다.
아무도 뭐라 아니하지만 수업일수가 모자라서도 그렇겠고
(하루 세 시간 공부가 다니),
주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서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큰 까닭은 소극적 저항 아닌가 싶습니다
(꼭 그것만이 까닭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소극적 저항이다 라는 단정을 피함).
이 산골 우리 학교의 삶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결정 한다 뭐 그런,
세상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셈놀이',
분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왜 분수가 일상에서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가,
수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계산기를 써서 다루어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큰 아이들은 처음 자신의 생각의 길을 좇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정답을 구하자고 뎀비다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지요.
우린 정말 수를 주물럭거리고 싶었으니까...

논에 가서 파 뽑아 간장집 남새밭으로 옮기고
냉이와 쑥도 캤습니다.
해바라기 나팔꽃 봉숭아 꽈리 백일홍 꽃씨들도 뿌리고
그 참에 화단도 정리했지요.
지렁이 찾아 병아리들 영양 보충까지 시키고
(아, 그 사이 병아리는 다섯이나 늘어났습니다요).
이웃 양계화님 형준이 재홍이도 거들었지요.

새끼일꾼들이 돌아가고,
정미혜님 한동희님이 휴일이라고 다니러 오셨고,
조은희님이 신동인님 편에 물꼬가 사기로 한 요가매트를 들여보내셨답니다.
신동인님은 내친 김에 곶감집 나무도 나르고,
간장집에 나뭇단도 넣어주셨더이다.

오늘부터 마음길 살피기가 새로운 중심생각으로 옮아갑니다.
"아이들과 어떤 일이 일어나서, 틀에 짜이지 않고..."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행복하였는가를 물었더니
역동적인 우리 삶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정근이가 말했더랍니다.
아, 그리고 '동아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네요.
뭘 할지, 무엇에 초점을 둘 건지, 어찌 해나갈 건지,
그림을 그려가 보라 하였습니다.
아이들로부터 때마다 적절한 것들이 이리 요구되는데,
도대체 우리가 뭘 가르치고 말고 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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