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도 한껏 피었다.
고래방 앞쪽 복사꽃도 앵두꽃도 흐드러진다.
통상 꽃 지고 갑자기 덮치듯 오는 푸름인데
꽃도 지기 전 겁나게 올라오는 녹음이다.
며칠 가마솥방으로 가는 걸음이 환하다.
그게 말이다, 밖에서는 시선이 분산되지만
설거지를 하다 고개 들면 있는 창을 자목련이 채우고 있다.
자목련 그만 보인다.
우리를 살리는 것들이 또 이렇게 있어 살.
그건 그리운 이름 하나이기도 하다.
그가 거기 있다.
정채봉의 시 한 편이 마음에 머물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원이 없겠다고,
그러면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는.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아, 사람들은 물꼬에 일러바치러 오는데...
오늘은 나도 일러바치고 싶다, 숨겨놓은 세상사 가운데 딱 하나!
한밤 시인인 후배가 전화를 넣었다,
30년 전 유달산에서 가부좌로 앉아 글을 쓰던 누나 모습이 자기를 시세계로 끌어왔다는.
그는 쓰고 또 썼고,
몇 해 전에는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다.
그 오래전의 여행길을 그려놓은 그림으로 읽듯 전하더라.
사람이 사람으로 놓는 수만한 것이 또 있으랴.
아, 그런데 정작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
시 쓰고 싶은 밤.
“그런데 누나, 엊그제 인사동에서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는데 누나를 아는 사람이 있더라...”
그 동네 떠난 뒤 20년도 넘어 되는 걸
사람의 꼬리가 참말 길다!
내일은 세월호 2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