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들판 사람들의 속시원한 싸움 한판

조회 수 1301 추천 수 0 2001.10.18 00:00:00
발 신: 품청소년문화공동체(담당: 황지희 017-754-8068, E-mail : nabts@hanmail.net)

수 신: 언론사 문화, 청소년, 장애인관련 담당 기자 및 PD

일 자: 2001. 10. 17(수)

제 목: 노란들판 사람들의 속시원한 싸움 한판



노란들판 사람들의 속시원한 싸움 한판



『주변에선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웃음이 터지거나 더 강하게 공격하라고 재촉한다. 속이 후련하다며 자기가 싸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이 싸움은 가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말은 진실이다.』



"너무하네 장애인들이, 집에서 착하게 있지. 장애인이면 다야?"

가을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정립회관 1층. 난데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싸움이 벌어졌다. 좀 있으니 한 남자와 여자가 싸운다. "선생님은 어떻게 제자의 글을 그렇게 혹평할 수 있어요. 읽어나 봤어요?", "왜 여자가 길에서 담배를 피냐. 내 여자친구가 담배를 핀다고 사람들이 나를 욕해. 당장 끊어", "나는 상사고 너는 부하야. 회사가 싫으면 나가. 나가란 말이야", "대학생이면 다야, 목에 힘주지마"

주변에선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웃음이 터지거나 더 강하게 공격하라고 재촉한다. 속이 후련하다며 자기가 싸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이 싸움은 가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말은 진실이다.



이들은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연강홀에서 열리는 2001 서울시 장애청소년연극축제에 참가하는 8명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학생들과 교사들. 남녀 비율도 1: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도 1:1이다. 연습을 보름 앞두고 모인 이들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남자가 여자가 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어 싸움을 걸고 받아보는 상황극. 이 싸움이 끝나고 나니 숙제검사가 시작됐다. 이번 주 숙제는 자신이 받은 억압에 관해 말하기다.

"사람들이 당신은 카메라 앞에 서기는 글렀다고 말해요. 왜 여자는 예뻐야 하나요", "제 목소리가 크다고 놀리고 흉봐요. 여자 목소리는 크면 안되는 건가요"

"10대 후반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모를꺼에요. 저는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를 못가고 학교를 못가니 친구가 없고, 나이 먹으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요. 몸이 불편해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기죽어서 사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래 장애인 문제 심각하지. 그러면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싫어요"

숙제를 풀어놓으며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상황극이 펼쳐졌다. 이 때만큼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이나 신분을 뒤로 미루고 자신이 맡은 역할이 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대화한다.



노들야학의 공연에는 대본이 없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연습에서 서로 속시원히 대화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연습의 전부다. 연습과정에서 모아진 상황 중 몇 가지는 꼭 공연해 보자고 정할 뿐, 어떤 소재가 무대에 오르고 서로가 어떤 대화를 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솔직하게 말하고 관객과 함께 말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이들이 정한 원칙이다.



연극의 목적이 단지 싸워보자. 장애인 문제를 알려보자가 전부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연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대화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말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상처를 받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2001 서울시 장애청소년연극축제를 통해 펼쳐질 노란들판의 이 속시원한 싸움 한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단지 장애인문제 만이 아닌 사회 속의 다양한 편견과 억압을 발견해 보자. 한편 노들야학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재미난 퍼포먼스를 준비중이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999-9887.



*2001 장애청소년연극축제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품청소년문화공동체(대표 심한기)가 주관합니다.



http://www.pumdong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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