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가칭)에 네 번째 굴삭기 작업이 있었다.

이틀을 잡았으나 큰 굴삭기가 할 일은 하루로 충분했던.

물고기 형태의 정원 맨 아래, 그러니까 꼬리부분을 정리하는 일이 주였다.

인도 오로빌 공동체 들머리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마을도 보던 커다란 사각 바위덩어리처럼

몇 개의 너럭바위들을 찾아 자리를 잡아놓기도 하였다.

모든 물이 모일 수 있도록 ‘아침뜨樂’ 대문이 될 계단 자리 아래

커다란 연못도 하나 파두다.


그런데, 비온 뒤라 땅이 많이 질퍽거려 애를 먹었고,

그만 아래 묻어둔 수관을 건드린 모양,

아주 한강물이 되었네.

5월에 작은 굴삭기가 들어올 적 다시 파야하게 생겼다.

걱정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조금씩조금씩 ‘아침뜨樂’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올해도 6월 빈들모임은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하는데

(6월 17~19일, 18일 흙날 낮 5시 ‘詩원하게 젖다’),

저녁이 내리기 전 늦은 오후 ‘아침뜨樂’에서 시를 읽을까 한다.

아침뜨樂 여는 잔치가 되는 셈.

정성스런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모다 머잖은 날 뜨락에 동행할 수 있기를.


멀리서 오랜 세월 건너 물꼬의 동료였고 벗이었던 이가 왔다, 20여 년이 다 된.

한 곳에 오래 있으니 그리 찾아올 수도 있구나.

지금의 대해리 학교를 빌려 쓰기 시작할 때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먼지구덩이로 버려진 학교를 쓸 만하게 고치던 초창기 작업을

바로 그가 중심으로 했더랬다.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 것인가.

오늘은 아침부터 와서 달골 굴삭기 작업에 말을 보태주었다.

시골에 살면 그런 게 있다, 남자가 나서주어야 하는 일.

그게 참 그렇다.

일을 끝낸 굴삭기를 보낸 뒤엔 학교에 내려와

거친 바람에 내려 앉았던 고추장집 보일러실 문과 간장집 부엌문을

같이 고쳐주었다.

학교아저씨와 둘만 했더라면 반나절은 족히 걸렸을.

이 산골살림의 널린 일을 그리 나눠줄 때면 누구라도 고맙고 든든한.

“예쁘게 사시고 싶어 했고, 그렇게 살았고, 여전히 그리 살아주어서 고맙네요.”

그랬던가, 그런가...

“... 이렇게 말해도 되겠어요? 언어에 민감하시니까.”

자주 물어왔다. 아,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그는 내가 잊고 있었던 시간들을 너무나 세밀하게 많은 것들을 찾아주었다.

“요새도 그리 안 주무셔요?”

아, 그랬던가.

여명 너머로 서쪽 산에 걸린 달무리.

“충만했어요!”

그가 말했다. 이심전심이라.

가장 이상적인 해후였다.

그건 서로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을 때 가능하고,

당연히 서로 사랑할 때 가능한.

내 생의 훌륭한 벗들이 있어 또 생의 한 때를 이리 건너가노니.

아침이 오도록 가마솥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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