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오늘이 곡우.

곡우사리 때 잡히는 조기는 알도 많고 맛도 좋다지.


가야할 사람이 가고 싶지 않아 미적거리고 있는 아침이었다, 보내는 사람도 보내고 싶지 않았던.

어제 들어온 물꼬의 오랜 인연 하나.

그 시절에도 우리 너무 재미있었고, 다시 만나서도 어제 만난 듯,

그리고 여전히 같이 이야기를 하는 일이 즐거웠다.

몇 해 전 남미를 몇 개월 여행하며 <백년의 고독>을 읽었더란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열일곱 아들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마주앉아 얼마나 신명나게 주고받았던지.

이어 마르께스의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민음사)에 대해서도 들먹였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엄지로만 타이핑을 한다던 마르께스는 자서전 첫머리에 그렇게 썼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

5월에도 건너오리란다.

목공실에 공구시렁을 만들어주겠다 하고 떠났다.


옷 하나 선물 받았다.

등산복이면 등산복, 운동복이면 운동복,

사람들이 전문가 아니어도 좀([조옴]) 잘 입는가.

그런데, 산을 그리 올라도 등산복 변변찮은 것에들 놀라고,

차를 좋아하고, 시연회도 하고, 가르치기까지 하는데,

기물 변변찮은 것 보며 물꼬에 온 다인들이 놀랜다.

운동복도 그러했던 갑다.

운동을 그리 하면서도 변변찮은 입성.

봄날 병아리 혹은 개나리 같은 반팔 셔츠.

요새 한창 체육활동 중.

옷을 사지 않겠다 선언했던 이십여 년의 시간,

그래도 사람들이 사주고 보내준 것들 없잖았지만

새 옷이 얼마만이더냐.

새 옷도 새 옷이지만 그렇게 써준 마음에 퍽 기뻤다.

그런데, 그건 옥영경이 아니라 물꼬에서 일하는 옥샘에게 보냈을.

고맙다. ‘살피고 필요한 걸 그리 챙겨준’ 원규샘.


병구샘의 연락도 닿았다. 발해역사모임 인연. 다음 주말 오겠단다.

2003년, 이듬해의 물꼬 상설과정을 앞두고 가마솥방 부엌이 만들어진 게 그때다.

그이를 중심으로 했던 일.

그렇게 여기까지 이른 물꼬의 역사라.

그대들이 지켜온 물꼬였노니.

20여 년 전의 인연들이 줄줄이 닿는 이맘 때.

물꼬가 한 자리 오래 있으니 긴 시간 지나서도 이리 만나기 수월하구나.

고마울 일이다.


영화 <prime of my life>.

딸이 자살을 했고, 그 시간 친구를 두고 떠난 딸의 벗을 받아들일 수 없던 엄마가

시간 흘러 그의 방문에 문을 열고 맞아들인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면서 다음에는 옳은 결정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살아가는지...

좋든 나쁘든 그들을 통해 뭔가 배우고 성장하며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나은 자신으로...”

그래, 다만 다음에는 옳은 결정을 하리라 기대할 뿐!


그리고 그대의 연애에 부쳐-.

나는 그대가 너무 인색한 사람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에도 그러한 듯.

너무 게으른 사람과도 만나지 말았으면.

사랑에도 또한 그러한 듯.

하지만, 그래도 그가 좋다면 만나라, 놓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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