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울 때 싹하고 일어나기!”

이곳에서 사람들과 맞는 아침이면 그리 안내를 한다.

아무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어가라고,

아침에도 엄마가 깨우는 아침처럼 깨울 때까지 넋 놓고 자라고.

푹 잘 쉬는 주말이면도 좋겠다,

잠들을 더 자라고 같이 하겠다던 햇발동 청소를 혼자 조용조용 하다, 아가들이 깰세라.

청소기도 안 돌리고 가만가만 엎드려 걸레질을 하는데, 마음이 퍽 좋았다,

식구들이 들어와 자는구나.


달골에서 같이 내려와 수행방에서 한 해건지기.

충만하다 했다.

그랬다.

혼자서는 안돼요, 그렇게 아침 수행을 하러들 오기도 하지.

아암, 혼자하기 쉽지 않지.

수행조차도 어깨 겯고 하면 낫다마다.

아, 무슨 깊은 인연 있어 이 봄날 한 아침을 우리 이리 여는가.


‘봄자리, 꽃자리’.

가벼운 아침을 먹고 다시 마당에 나가 풀을 뽑았다.

점심 밥상을 물리고 쑥도 캤다.

쑥버무리를 했네.

곡주와 함께 참으로 먹고 다시 숨꼬방 앞 풀을 뽑다.

사람이 이리 살아야지, 어제부터 한 번씩 서로 곱씹는 문장일세.


저녁 밥상에는 장순샘도 건너왔다.

농사철이라 전 일정은 고사하고 밥 한 번 같이 먹기도 쉽잖은.

그래도 물꼬 식구들 얼굴 본다고 한아름 먹을거리를 안고 들어왔다.

20년의 시간을 건너온 샘들의 연락도 있었다.

몇 해 뜨겁게 일했던,

물꼬가 시골로 갈 준비를 하던 시기,

함께 찾아다녔고, 지금의 물꼬 폐교된 터에 자리 잡고 고생했던 인연들.

평상에 앉아 통화들을 했네.

한밤엔 금룡샘이 모두와 통화를 하기도.

멀리 있어도 그렇게 빈들을 같이 했네.


‘실타래와 夜단법석’.

차를 달여 내고 둘러앉아 물꼬 20년 역사를 훑었다.

아리샘의 특강이었고나.

물꼬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무엇을 하며 이어왔던가,

그대들이 있어 여기 이르렀나니, 우리들의 물꼬!

‘... 그동안 물꼬의 역사에 대해서 들었어요. 그런데 그 얘기들이 단순히 '그 시절에는 시설도 더 열악해서 진짜 가마솥을 걸어놓고 밥을 했네, 아이들 백 명에 선생 서른이었네'하는 후일담이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배움이 고민으로 고민이 신념으로 신념이 실행으로 실행이 실천으로 번져 삶으로까지 오는, 아주 가슴 뜨거운 역사였어요.

내가 편안하게 느끼고 쉬어갈 수 있는 지금의 물꼬의 모습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는지에 대해 듣게 되어 감사했고,

품앗이로서 완성형(지금의) 물꼬를 누리기에만 바빴던 제 모습을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물꼬에서, 일상에서 더 이상 열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반성했어요.

제가 물꼬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좋은 배움터이기 때문인데 어느샌가 그걸 잊고 있었어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사유하고 배우는 사람이고 싶었다는 것도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찾게 되어 감사하고 힘이 나요. ...’(연규샘)

어디 그대만 그러하였을까.


야삼경도 지나 전화가 울리다.

멀리서 한 벗이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내 서러움이 더해져 목이 매였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여기 그대 사랑하는 벗이 있나니

아무쪼록 울지 마시라.

우리 살아있는 한, 내일은 오늘이 ‘지나간’ 내일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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