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번 일정을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남기지 못 하기도)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이놈의 어른들은 말 잘 안 듣습니다.

(아이들은 백 명이 있어도 낮은 목소리가 가능하지만,

어른들은 서넛만 있어도 힘이 들지요.)

장순샘도 아리샘도 글이 없군요, 하하.

그런데 품앗이 두 샘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그려지는 빈들모임이랍니다.

멀리서 모두와 통화로 함께한 금룡샘 원석샘도 감사.

아, 류옥하다는 이번 주 기숙사에 남아 물꼬에 걸음하지 않았군요.


동행하려 했던, 그리고 동행하고자 했던, 하지만 못했던 가정들은

5월 '범버꾸살이'에서 보기로...

중간고사로 걸음 못했던 새끼일꾼들도 범버꾸로 날을 몰아 다녀가 주기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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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진:

2016.4월 빈들모임(이라 쓰고 가족모임이라 읽는다)

금요일에 영동역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냥 평소같은 2월 빈들모임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옥쌤은 잘 지내고 계실까, 달골에 명상정원은 어떻게 변했을까, 옥쌤은 아직도 판소리를 하고 계신가 등등의 상상도 했었다. 알ㅉ배기, 즉 정말 식구같은 멤버들만 모이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사실 4월 빈들모임을 올지 안 올지 고민을 했었다. 4월 빈들모임이 있다 가보지 않겠냐 하는 엄마께 처음에는 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2월 빈들모임에서 다 같이 의논한 진도가 아니라 물꼬에서 한다는 소리에 실망을 해서 오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동안 내가 외양도 바뀌었고 옥쌤과 물꼬가 보고 싶기도 하고 내가 안 가겠다고 버텨도 옥쌤이 엄마께 나 좀 보내달라고 할 것 같아(마지막은 벼륙의 간 크기 만한 이유다.) 바로 다시 엄마께 나의 변심을 보고했었다.

연규언니랑 와서 저녁 먹기 전에 냉이꽃을 뽑는 일을 했는데 냉이가 꽃이 피는 나무일 줄은 몰랐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날에도 냉이를 뽑고 쑥버무리를 하기 위해서 쑥을 캐고 있는 도중 알짜배기 중 알짜배기, 킹오브킹 아리쌤이 당도하셨다.

아리쌤도 풀 뽑는 일을 하시면서 다 같이 유럽여행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저녁에는 옥쌤과 아리쌤의 물꼬에 관한 이야기, 물꼬의 역사에 대한 강연을 듣고 감탄을 했었다. 물꼬가 이렇게 성장, 진화해온 거구나,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초등학생 때) 여기에 와서 사람들과 더 진한 친분을 쌓을 있는 방법을 배웠다 하면 새끼일꾼 때는 본격적으로 사람들과 일하는 방법, 협업하는 방법을 배웠다 할 수 있다.

이제 성인이 되어 품앗이 일꾼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든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어렸을 때 와서 아직까지도(* 스무한 살이 된!) 물꼬에서 우리 옥느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나중에 물꼬에서 아예 생활을 못한다 할지라도 옥쌤의 몸 상태가 물꼬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병약해졌다 할지라도 물꼬를 다녀갔던 사람들의 마음엔 언제나 물꼬의 모습과 그 앞에 온화한 미소를 띄며 우리를 반기는 앞치마를 입고 있는 옥쌤이 새겨져있을 것이다.

영생하자, 물꼬!!! 영생하세요, 옥쌤.

Long live Mulggo!!

Long live Teacher Ok


공연규:

요즘 상태가 별로 안 좋았다. 잠을 제대로 자는 일,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일, 아침에 가볍게 눈뜨는 일처럼 기본적인 것들도 수월하지 않았다. 병원을 다니면서 약도 꼬박꼬박 받아먹은 지 3주가 지나가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간고사는 다가오는데 수업은 계속 빠지고, 학교과제, 학원과제, 교환학생 행정처리, 자취방의 청소, 빨래, 방보는 일들은 쌓여갔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숨이 턱턱 막혔다. 5월까지 내야하는 레포트가 3개, 게다가 어학시험 준비도 해야했지만 이 상태로는 계속 밀고 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레포트도 밀어두고 물꼬에 왔다.

원래 물꼬에 가는 길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뿐하고 설레는 마음인데,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2시간 반을 정말 멍때리며 왔다.

멍-하게 물꼬에 도착했다. 10년 넘게 드나들은 이 공간은 당연히 익숙햇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모고 옥샘은 ‘여기 사는 애들 같기도 하고 처음 온 애들 같기도 하네~’라고 하셨다.

저녁 먹기 전에 냉이를 뽑았다. 내 코로 맑게 들어오는 공기와 사방팔방 푸른 잎들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사람이 이러고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딴 두릅과 달래와 다른 봄나물들로 저녁밥을 먹었다. 봄나물이 가득한 밥다운 밥을 먹으니 내 안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밥상에서 삼촌이 봄 들풀에 대해 설명해주시는데 둘러앉아 있으니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또 풀을 뽑고, 아리샘이 오시고 같이 풀을 뽑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었다.

물꼬에서, 산마을 고등학고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했다.

아주 작지만 나름대로의 가치관도 세우고 이상도 만들었었다.

근데 내가 세웠던 많은 것들을 잊고 살고 있었다. 현실에 타협하고, 포기하고 일상에 잠식했다. ‘나’를 이루던 수많은 나의 생각들을 다 잊고 계속 방황하고 답답해했다. 이번 빈들모임에서는 잊었던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아리샘과 옥샘이 얘기해주시는 지난 물꼬의 걸음, 누군가의 고민 하나가 배움으로 배움이 신념으로 신념이 실행으로 실행이 실천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생각 끝에 나의 존재를 이루던 나의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고 찾았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힘을 얻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답게 사는 것’ ‘나란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다시 시작하고 실천할 힘을 얻었다.

이번 빈들에서 우리는 존재로서 만나고 관계했다. 지난 몇 년의 모임 중 가장 충만하고 뜨거웠던 모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물꼬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함께 해준 옥샘, 삼촌, 아리샘, 장순샘, 여진이에게 고맙다.


(* 그리고 누리집 드나나나에 연규샘이 남긴 글도 이어 일부 붙여둡니다.)


따뜻한 사흘이었다.


서울오는 기차표를 못샀었어요. 이미 다 매진이고 늦게나마 어제밤에 앱으로 계속 들어가보는데도 취소표가 안나오길래 포기하고 있었어요.

근데 대해리에서 버스타고 나가면서 혹시나 하고 앱을 켜서 봤는데 마침 취소표가 딱 한개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냉큼 사서 편하게 앉아서 왔어요.

물꼬가 '되는 집'이라 저까지 운 좋았던 것 같아서 괜히 기분 좋고 감사했어요~


이번에는 정말 공들여서 갈무리글 잘 쓰고 나오고 싶었는데 여차저차 하다 보니 또 시간이 모잘라서 급하게 마무리해서 아쉬워요.

작은 글씨로 생략하면서 썼는데도 글이 길어지더라구요. 종이한장에 담아내기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던 사흘이었어요.

물꼬는 좋은 공간이니까 가면 항상 좋은 사람들 만나고 좋은 시간 보내고 그러는데, 이번에는 좋은 시간에서 그치지 않고 가치 있고 깊은 시간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앞으로 물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가치있고 깊은 시간들을 계속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고 편안한 시간뿐만 아니라.


...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했던 시간이었어요. 사흘 동안 생기로운 물꼬에서 소중하고 값진 시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음에 만날 때도 깊이, 존재로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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