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수업을 마치고 들어온 한밤 벌통 셋이 위탁교육을 들어오다.
유기농을 하는 광평농장에서 치는 벌이 이웃의 사과밭에 친 농약으로 죽어나가자
예까지 피신을 온 것.
본관 앞 작은 쌍둥이 연못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달골의 첫 아침이었다.
긴긴 겨울 지나면 아래 사택에서 달골로 돌아오건만
봄 오고도 잠자리를 옮겨오지 못하다.
바깥수업을 날마다 잡아놓은 봄학기이어 위탁교육을 쉬고 있는 데다
마음을 기댈 일이 있어서도 홀로 오르는 달골길이 어려웠다.
하여 빈들모임을 하던 결로 이제야.
아침 수행을 끝내고 마당에 나가 풀을 뽑았다.
생활공간 안에 들어있어야 관리도 쉬운.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에코빌리지에 머물 적 인상깊었던 것도 그것.
집을 나서고 들어오며 돌보는 구조로 만들어졌던 밭들.
그런데, 풀을 매고 있으면 그 풀들의 나라가 아득해져서
그만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고는 한다.
무슨 무릉도원에 든 양 순간이었을 뿐인데,
나오면 세상의 시계는 두어 시간이 훌쩍.
유설샘이 올해 지리산 아래 가 있다.
미루샘이 휴직을 하고 한 해, 길면 두 해 시골살이를 해본다 했다, 아이 셋 데리고.
물꼬 가까이에서 지낼 곳을 알아보기도 하였으나 여의치 않다가.
시잔치가 있는 6월 빈들모임에 올해도 걸음할 거란다.
첫째 소울이가 드디어 학교를 들어갔고, 계자를 오자 하니 낯을 더 익히려.
품앗이였던 샘들이 혼례를 올리고, 거기 주례를 서기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 자라 계자를 온다.
그럴 때마다 한결같이 벅차다.
유설샘의 동생 재진샘도 물꼬의 품앗이샘.
요새도 가원(아나스타샤)모임을 계속한단다.
그런데 가원을 같이 만들고자 하는 여섯 가정이 근래 임야 10만여 평을 찾았는데,
아, 그게 또 물꼬랑 머잖은 곳이다.
인연의 꼬리들이 또 그리 이어지는구나.
충남대에서 체육활동을 마치고 주욱샘과 저녁을 먹다.
석사과정 때 물꼬에 처음 걸음 한 뒤로
박사 논문에서 물꼬의 체육교육을 언급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다녀가기도 하고,
고맙게도 가까운 대학에 자리를 잡게 되고,
그 제자들이 물꼬에 오고, 그 후배들이 물꼬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길고 예쁜 인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