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예비교사들이 모여 서둘러 들어온 아침이었다.

물꼬 안 식구들까지 열이 하는 일정.

나흘의 일정을 몰아 이틀 동안 숙박하며 30시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사흘은 있을 모양이지?”

먹을거리를 다 싸짊어지고들 왔다, 물꼬에 줄 선물까지.

주경야독이겠다.

아침 수행을 시작으로 해가 있을 땐 몸으로, 밤에는 강연이 이어질 계획.

연수도 연수지만 모두 물꼬에 손발 보태겠다 나선 이들.

고마운.

고추 5천포기를 심으려는 일정은 밭갈기가 여의치 않아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안내모임.

먼저 차를 내며 인사들을 하고

물꼬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학교 구석구석을 돌았다.

잘 길을 들인 공간, 언젠가 물꼬 대해리 세월 20년을 아리샘이 그렇게 말했더라지.

그리고 이틀의 움직임을 미리 그렸다.

일이란 게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것을 왜 아이들과 해야 하는가,

오늘 우리들의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달골 오르다.

기숙사 뒤란 창대비 같이 내린 봄비에 무너져 내린 곳 수로 정비.

아주 큰 걱정이고 있었다.

두세 사람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삽질! 어마어마한.

그런데 그걸 기꺼이, 유쾌하게 하다.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에 따라 일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다.

마음을 써서 하는 움직임이 얼마나 감동인지,

그리고 일을 일이 되도록 해야지, 일이 되었다!

‘믿고 쓰는’ 충남대 사람들이라.

선배들이 그리해왔고, 후배들이 또 그리했다.

한편, 여자샘들 손은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옴자 일부분 풀을 매고 잔디 깔기.

모두 어둑하도록 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저리 즐겁게도 할 수 있구나.

날씨가 고마웠다, 이 산골살이 늘 그러하듯.

바람 불었고, 삽질이나 호미질 끝의 고단함을 그렇게 쓸어주었다.


오전 참을 내고, 낮밥을 먹고, 오후 참을 내고.

엊그제 비올 때 해둔 현관 데크 솔질,

그 결에 보호용 도료를 칠해야지 했다.

그거 했다, 아직 좀 남았으나.

혼자 하는 일도 누가 있을 때 하면 수월하지.

샘들이 움직일 때 같이 하니 좋았다.

그래서 일할 때 풍물단이 있었던 게다.

일에만 보태는 손이 다가 아닌 게지.


저녁 밥상, 밥상머리공연으로 피아노를 전공한 은영샘의 연주가 있었다.

넘치도록 행복해들 했다.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강연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어떻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가,

우리는 교실에서 무엇이어야 하는가,

결국 우리가 좋은 사람으로 스스로 가꾸는 것이 선행이겠다,

보고 배우므로.

우리고 먼저 선하고 순할 것, 좋은 세상을 바란다면.

“선생님 정말 행복해보이세요, 미소가.”

그렇다, 웃는 건 연기가 안 되는 법이다.

아, 나 행복해하고 있구나...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한 것,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이 행복한 것,

어른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 것.

그런 어른들을 보며 어른이 된다는 게 저리 행복한 거구나, 살아볼 만하겠구나 아이들이 여기지 않겠는가.


멀리서 샘 하나 일손을 보태러 온다는 전갈.

주말에 목공실 일을 돕기로 하더니 치수를 재러 다음 주 초 다녀간단다.

가깝지 않은 길, 반갑고 고맙다.

통화 중에 건너온 말,

“여전히 '전면적'이시군요!”

아, 20년 전에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일도 사랑도 그랬겠구나, 그러겠구나.


간밤에 배앓이를 좀 했고, 새벽에는 결국 불을 켜야 했다.

물을 끓여 물통에 넣어 끌어안고,

다시 불을 켜서 물을 끓여 약재를 타서 먹기도.

근 한 달 이어진 몸과 마음의 결론이었을 것.

어려운 일을 겪은 고통의 기간은 그것으로 충분했고, 이제 그만.

사는 일이 결국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사는 일이란 게, 마음이 시작이고 끝이라.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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