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도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는 저리도 울어댄다.

열흘 내리 밤낮으로 밀고 온 일정으로 오늘은 충남대 체육활동 다녀와 아주 기진맥진.

멀지도 않은 길, 휴게소에서 눈을 붙이기까지 했다. 자정에야 들어온.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하고 보니 여전히 2시가 가깝다.

긴 열흘이었네.


일반고추며 아삭이고추며 청양고추며

방울토마토며 오이며 가지며 주르륵 실하게 오르는 밭이다.

학교아저씨는 오전에 밭에 거름을 넣었고, 물을 주었다.

볕이 벌써 만만찮다.

오후에는 달골 올라 명상정원 ‘아침뜨樂’ 일부의 잔디에도 물 듬뿍 먹이다.


오전에는 사흘째 현판 세우는 작업이 이어졌다.

어제그제 높은 데서 긴장하며 일한 탓에 온 몸이 쑤신 아침,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30분 단위로 계속 알람이 울리게 한.

원석샘이 점심까지 같이 작업을 하다 떠났네.

못 다 했지만 기본 골격에, 금세 쉬 넘어지지는 않게 보강재를 대놓았으니

이제 틈날 때 이어가면 되리.

혼자 할만도 한데 날 잡아 건너와 준단다.

“일하러 가서는 이렇게 하면 못 먹고 살지.”

그렇다. 효율로 접근해야 하는 밥벌이 현장이라면

미리 도면 그리고 그대로 서둘러 했으리.

그러면 하루 일도 안 됐을 수.

그런데, 우리는 머리 맞대고 같이 고민해가며 바꾸고 더하고 빼며 그 과정을 즐긴. 함께!

그래서 일이 아니고 놀이에 가까웠던. 힘은 들었으나.


헌데, 양쪽에 손목보호대를 짱짱하게 두른 원석샘의 손목이 자꾸 눈에 밟힌다.

손목 때문에 더는 건축 일을 않는단다.

높은 곳에서 무거운 나무들을 들고 한 손엔 네일건과 중망치와 드릴을 들고...

손목이 그 지경인 줄 알았더라면 일을 하자 말 건네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하고 고맙고 눈시울이 붉어진.

저런데도 일할 마음을 내었구나,

물꼬 일이 그렇게 또 되어지는구나...

얼마나 곤할까, 얼마나 아릴까, 보내놓고 가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았다.

고맙다, 벗이여, 동료여.

사람 때문에 죽지만 사람 때문에 또 산다.

일하고 공부하고 연대하고 사랑하고, 좋다, 참 좋다!

사는 곳이 여행지라,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혼자는 굳이 가려들지 않기 쉬우니 언제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치료는 우리들의 선택일 것이지만 진단은 의사에게.)


일을 먼저 잡느라 아침수행을 못해 밤에야 절을 했네...

지난 섣달 초하루부터 주말에도 쉬지 않는 수행이다.

수행? 그거 결국 마음 넓히는 일.

마음은 고무줄처럼 자꾸 되돌아가고 되돌아가고 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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