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14.흙날. 맑음

조회 수 823 추천 수 0 2016.05.26 01:34:34


수행을 끝내고 아침부터 달골에서 삽질.

자두나무를 심었다,

이웃 벗이 주었던 묘목을 여태 바깥수돗가 물에 담가두고 손 못 댔던.

물에서만도 잎을 틔워내고들 있었더랬다.

달골 아랫밭가에 구덩이를 깊이 내고 물 담뿍 넣고 꽂고 흙을 덮어준 일곱 그루.


부처님 오신 날.

학교아저씨가 불자라 모시고 가까운 절에 식구들이 같이 가다.

불사를 갓 시작한 절. 이제 두어 해?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게 했네.

거사 한 분이 한 손 한 손 정성을 들인 일이

길가 컨테이너 박스 두어 채 놓고 있는 절 살림을 빛나기도 빛나게 했더라.

마당에 서니 평화가 거기.

들어오고 있던 서현샘과 동우샘도 그곳에서 만나 법당에 들어 절하였네.

종교가 무엇이건 남의 잔칫날에 가서 함께 흥겨웁기가 무에 어려울까, 무에 아니 좋을까.


물꼬 안내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 말이 있던 지난겨울이었고

일을 맡기로 한 서현샘이 드디어 작업을 해보겠다 왔다.

촬영 일을 시작한 동생이 동행한.

지난번 ‘물꼬 투어’라고 흔히 얘기하는 학교안내를 처음 물꼬를 온 이처럼 들었던 서현샘은

촬영 대본을 다 써서 왔더라.

야문 그의 성품을 보게 되데.

그나저나 대본이 있고 보니 그것에 준해서만 안내를 하게 되는 한계가 또 있기도 했던.

일단 안내과정을 영상에 담아보다.

여하튼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벗을 보고 연인을 보고 동료들을 보고 가족을 보고...

물꼬에서 넓혀가는 관계들에 또 느꺼웠네.


제주도에서 뭍으로 나온 민수샘도 다니러 왔고,

저녁에는 장순샘도 건너오다.

기락샘과 류옥하다도 저녁 밥상에 같이 앉기 얼마만이던가.

제도학교를 가고 늘 한밤중 들어와 새벽에 나가던 하다였으니.


가마솥방을 시작으로 차 이어마시기.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마당을 잠시 거니는데,

아, 새가 밤에는 앉아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쪽 어둠에서 울던 새가 하늘로 옮아가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다시 뒤로 앞으로 옮아가며 울더라.

무엇이 그를 어둔 하늘로 헤매게 하는 것일까.

이 시기 해가 서산으로 향할 무렵부터 밤새우는 검은등뻐꾸기였다.


서현샘이 음반 하나와 엽서를 내밀다.

그가 요새 꽂혔다는 문장이 거기 있었네.

나는 수리공을 좋아한다.

 나는 항상 패배자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환자, 외국인, 반에서 뚱뚱한 남자애, 아무도 춤추자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뛴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원히 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나 또한 그들 가운데 한사람이다!


모기에 물렸다.

아, 시절이 또 그러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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