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17.불날. 맑음

조회 수 792 추천 수 0 2016.06.01 12:03:28


달빛 산마을을 은은하게 에우는.

새로운 새소리 등장, 쏙독새다!


치료수업에서 요새 재료로 삼고 있는 것은 수채물감.

일상 사물 혹은 일상 행위들로 명상하는 물꼬의 여러 공부법 가운데 하나.

물의 농도로 말하기, 그리고 색깔로 말하기.

같은 명도를 유지하는 과정은 고스란히 명상이다.

붓을 쓰는 기술도 기술이겠지만 찬찬히 스케치북에 색을 놓으며

말을 대신하거나 마음을 어루만지거나.

색감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제법 집중을 해야하는.

그림을 오래 그린 이들이라면 그리 별스럴 것도 아니겠지만.

그나저나 이리 작업하다 보면 그림 그리는 일도 늘겠으이.


낮에 잠깐 현관 앞 자갈밭에 엉덩이를 붙이고 볕을 바랬다, 바람도 바래고.

그런 순간 모든 일이, 삶이 아득하고 아련해진다.

한편 그런 시간이 또한 삶을 또 밀고도 간다.

잠깐 당면한 일을 놓고 털썩 주저앉아 쉬어주기!

세상만사를 잊고 잠시 한숨 돌리기!


부모이건 성인이건 아이건 대개 상담의 대부분은 관계의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할 때 전제는 당신은 좀 나을 것이니, 이다.

아고, 이런! 아니다.

관계의 어려움을 나 역시 늘 겪는다. 아무렴.

최근 읽어낸 한 문제는

나라는 사람이 관계에서 ‘전면적’이고 ‘우선’을 내세우고 있더라는 것.

전 삶을 걸고 만나야 한다, 어떤 것보다 우선한 관계여야 한다 그런.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관계를 통해 결국 자기를 읽어내고,

그렇게 만난 자기를 헤아리면 결국 관계도 풀어낼 수 있는 것.

상대를 알아야 한다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을 만나든가 말든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자신인 것이니.

그리고, 타인을 바꾸는 건 내 문제가 아니지만

나는 나를 좀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 말이다.

어쨌든 관계는 살아가는 한 늘 숙제이고,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이 모든 해답이 될지도.

오늘 아이 엄마 한 분의 상담의 끝도 그러하였으니.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

시를 먼저 썼던 그의 글은 운율이 참 좋다.

초기작들을 읽었고, <소년이 온다>를 읽었더랬다.

그의 글쓰기의 시간이 5.18에 천착한 날들이라 더욱 반갑고 고마운.

소설로서야 일가를 이룬 더한 작가들이 왜 없었겠는가만

아무래도 번역의 승리가 한 몫도 했으리.

번역자를 창작자와 전혀 다른 계급(?)으로 보는 시선이 아닌

공동의 저작자로 보는 상이어 더 가치있게 느껴진.

그리고 7년 전 독학으로 한국어를 시작했다는 번역자의 감각이 놀라웠고,

시장성을 내다본 것이든 호기심이든 세계문학의 변방에서 한국을 발견한 것도 일종의 선각자일.


오늘은 바깥수업을 가기 전 혼자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돌아와서 한밤에 먹기 자주인데.

잘 없는 일이다, 혼자라는 게 아니라 ‘밖에서’.

황태구이.

맛난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사람들이 이런 맘이었던가 보다.

자신을 어루만지는 그런 시간들이 필요했다.

들어와 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었던.

마음 좋더라.

“얘들아, 그런 기재들을 자꾸 찾아줄 것,

마음은 소박한 존재라, 소소한 것에도 충분히 기뻐하나니.

대단한 돈을 들이거나 하지 않아도 될.

하여 날마다 좋은 기분을 유지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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