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20.쇠날. 맑음

조회 수 744 추천 수 0 2016.06.03 15:51:43


서울 옥수동에서 강연.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 어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다.

물꼬가 왜 아이들의 학교로 시작해서 어른의 학교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가에 이른.

아이들은 그들의 생명력으로 힘차게 살지니.

우리가 문제다, 우리가.

아,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괜찮은 일이구나, 삶이란 게 저런 즐거움이 있구나,

우리들을 보면서 우리 새끼들이 어른이 되는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린다면 얼마나 좋으랴.

아이들을 위해서도 우리 잘 살아야 하는.


그래서 또한 이 버석버석한 시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하여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마지막 언급이었네.

내게도, 우리 세대에게도 특별할 책.

어린 날부터 어른들의 책장에서 자주 만나던,

길거리에 깔려있는 좌판 책방에서도 자주 보던,

그래서 읽기 전부터 친숙했던,

하여 나중에는 눈에 익어 읽어주어야 할 의무를 끌어내던.

글도 그리 많지 않다. 마르쿠제 이런 글보다 쉽고.

‘수백만의 독일 사람들이 그들 선조들이 자유를 위하여 싸운 것과 같은 열성으로 자유를 포기하였으며,

 자유를 찾는 대신 그로부터 도피하는 길을 찾았다.’

책은 그렇게 열고 있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히틀러를 지지한 까닭은 무엇인가,

어쩌면 인간에게는 자유에 대한 본유적인 욕망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야

히틀러에 대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현상을 어찌 설명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것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완패한 뒤 배상에서부터 나락에 있던 경제 때문이었는가,

아니면 인간에 내재된 약점 혹은 속성 때문인가.

책은, 인간에게는 노예근성이 있더란다, 굴복하려는.

개인이 나 홀로 서는 것보다 무언가의 조직 속에 들어가야 안도하는,

조직에 포함되려는 굴종적의식이 있더란다.

피학적 기재가 있더라는.

마조히즘은 사디즘과 동전의 양면.

인간이 자유를 원한다고? 천만에!

그보다 굴종을 더 선택하더라, 나치즘에 열광한 독일국민들을 봐라.

그렇다면 자유란 무엇인가?

그는 자유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와 ‘~를 향한 자유(freedom to ~)로 자유’.

결국 인간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는 쟁취하지만

그 결정적 순간에 자유 아닌 다른 곳으로 도피한다는.

개인이 아닌 전체주의로.

자유를 찾기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이 막상 자유와 독립을 맛보게 되자

불안에 싸인 무력한 존재가 되는 모순에 싸이고,

독일 국민은 그렇게 나치즘으로 갔다.

(사회심리학(정치심리학?)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에리히 프롬도 반유대주의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독일 지식인 가운데 하나.

미국이 대전 이후 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그런 지식인들의 대대적인 유입 때문이기도 했을 것.

그런데 이 책이 1941년 출판되었으니 적어도 그 이전 씌어진.

나치즘이 절정으로 갔던 시기.

아직 나치가 전쟁에서 패배하지도 않았고,

강제수용소에서 벌인 만행이 알려지지도 않았던 때.

그것에야말로 놀랍다!

아, 이 시대에 이 시대에 대하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패악 속에 있을 때 패악을 말할 수 있어야. ‘지금’ 말이다,

나치가 절정일 때 나치를 읽었던, 읽어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가 갈림길에서 고양이 체셔에게 묻는다.

- 어디로 가야 하지?

-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지.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가는 다른 누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것.


결국 내가 어떻게 살까에 대해 나눈 이야기였네, 오늘의 강연은.

공동체도 그렇고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 늘 그렇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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