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있어서 힘이어야겠습니다.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01.11.16 00:00:00


4334.11.16.흙날.



생각의 나아감도 여유겠습니다.

끼어드는 생각은 많으나

그것이 앞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난삽하게 여러 생각이 엉켜있는 요즘,

그 심란함은 예외없이 사람을 쳐지게 합니다.

그러나,

별일만 없다면 내일도 내가 살아서 밥을 먹을 거라는,

그 시간에 대한 느긋함은

또 사람을 끌어올려주기도 합니다.

쓰면서 기분이 나아지네요.

어디로든 어떻게든 길이 되겠지요.



하다 잘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온 한글공부 책들을 얼마나 즐기는지

하룻밤에 쉬지않고 다 하자 하는데...

한 아이의 앞날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 한 생은 또 어떤 색깔로 살아갈지...



노래가 위안이 됩니다.

어쩜 저토록 아련한 빛깔이 있을까 싶은 보라색꽃 나무를 올려다보다가도,

하다랑 공원을 산책 하다가도,

뒤뜰에 나가 담배를 물다가도,

물끄러미 바람이 오가는 길을 보다가도,

혼자 깨어 마당을 거니는 한 밤에도,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거리가 참 많기도 하구나...



새 대륙에 온지 한 달도 넘어되었네요.

아마도 이런 시간들을 적응이라고 할 겁니다.

좀씩 익어갑니다.

그게 '말'이란 건지,

'뿌리내리고 살던 곳을 떠나'라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날이 많이 차졌겠습니다.

감기도 들고나겠지요.

잘 살아있어서 서로 힘이어야겠습니다.



세 번째 이동입니다.

집에는 전화가 없습니다.

받는 건 모바일로 하고 거는 건 공중전화를 씁니다.



5/28 Parnell st. Strathfield NSW 2135 Australia



이 곳에선 꼬박 석 달을 머물 참인데,

어디 살아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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