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굴삭기가 들어오기로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예상.

하기야 사람 일을 모르지.

여튼 계획은 그러하다.

사흘을 잡았고, 낼은 비가 잡혔다는 예보이니 하루 거르고 다시 이틀을 할.

이번에도 굴삭기 작업은 장순샘이 진두지휘한다.

오죽하면 부지깽이도 일어나 들로 나간다는 농번기,

물꼬까지 장순샘 일을 더하고 있다 싶어 미안함도.

그러나 어쩌랴.

시 잔치 끝내고 물꼬 식구들도 부지런히 그의 들에 가기로.


꼭대기부터 해내려오는.

물고기 입 부분, 그러니까 '아가미 못' 윗부분을 굴삭기 손으로 한 줄 긁어

대나무 심을 자리를 놓다.

아가미 못 둑을 다지고,

라비린트 쪽 장승 뒤로 경사지를 정리하여 둑으로 연결한 길을 두어 걷기 좋도록.

위에서부터 측백나무도 잡아주면서 내려온다.

심어놓고 바로 다 세워주지 못한 데다

얼마 전의 거친 바람에 태풍 지난 들녘 벼들처럼 쓰러진 그들이었네.

그리고 땅 굳어버려 도저히 사람 손으로 어찌 안되던.


굴삭기 그리 움직이는 동안 햇발동과 창고동 앞마당으로 와

빗물받이통 청소도 하고(작년엔 금룡샘이 도왔더랬네. 거듭 고마운),

마당 앞 수로도 치고,

해가 너무 직광인 곳에서 그늘도 보이는 곳으로 다육을 좀 옮기고.

이 산골 모진 겨울을 잘 견뎌진 그네들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달골 올라

아고라 돌의자들을 정리하다, 풀도 뽑아내고.

굴삭기 움직일 때마다 그곳으로 가서 손을 같이 맞잡다가

장순샘은 다시 얼른 아고라로 돌아오고 돌아오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배 세 배 일을 해내는.

농사일도 저러겠구나, 저리 몰아하면 얼마나 힘이 부칠까 걱정이.

그가 있어 되는 일이다.

누구 복? 물꼬 복.

우리 요새 하는 농지거리 가운데 하나가 누구 복인가 따져보는.


굴삭기는 이제 '달못'(중앙 연못을 이제 그리 부른다)을 다듬는다.

둑 수평을 맞추고,

물이 새면서 무너진 곳도 수습하고,

둘레 아래쪽 나무도 다시 잡아주고.

그러면서 두 그루 패내니

‘아침뜨樂’의 152그루 측백은 이제 150그루가 되었다.


장비가 하루 일을 끝낼 무렵 동쪽 가장자리 너머 천지를 채운 장미딸기를 땄다.

아, 우리 사느라 정신없는 동안에도 꽃피고 지고 딸기 열렸더라.

한 움큼 따서 사람들과도 나눠 맛보았네.


저녁에는 면소재지를 나가다. 회의.

주말에 있을 지역의 작은 축제 하나에 손 보태기로.

사회와 마지막의 강강술래 진행을 부탁해왔더랬다.

사회 그런 건 흰소리도 잘하고 하는 사람이 해야.

나, 너무 진지하잖아, 사람이.

사회는 아무래도...

좀 더 생각해보자 하다.

강강술래야 늘 하는 일이니, 마지막에 모두가 하나 되기 또한 그만한 게 어딨던가,

그거야 잘 할 수 있겠다 한.

회의에 모인 사람들에게 먼저 강강술래 가르치기.

물꼬 일에서야 샘들이 이미 알고, 아이들도 새로 온 아이들이 아니면 다들 아는.

아는 이가 몇은 있어야 소리도 받아주고 흐름을 도울 수 있을.

그런데 아이들 가르치는데 20분이면 될 일을

역시, 어른들은, 어렵다. 40여 분 했는데도 익어지기 어렵더라.

쇠날 회의에서 다시 익히기로.


달골 햇발동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네, 현관 구멍에 열쇠 집어 넣다.

스르르 돌아간.

세상에 처음부터 이적지 뻑뻑대던 게 당연한 줄 알았던.

얼마 전 원석샘이 4D(녹 방지제? 윤활유?) 뿌려주라 하기 오늘 나가며 그리했던.

흐흐흐, 스윽 돌아가 열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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