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마지막이지 싶게 굴삭기 작업, 어제부터.

사흘 말미를 받았고,

오늘 비와서 쉬면 내일과 모레 작업 이어질.

물이 많으면 내일 작업이 쉽지 않으리 걱정도 일더니

오전에 내리다 오후 서너 시 긋다.


수채물감을 써서 치유일정을 해나가는 요즘이다.

물의 조절로 농암을 넣으며 거기 마음 풀기를 한다.

“간절히 바라는 건 안 되더라고. 무심코 해야 되는 거야.”

얼마 전 벗 하나가 지난 수십 년의 자기 삶을 돌아보며 했던 말이라.

뭔가 잘하려는 마음이 일을 그르치게도.

그런데 한 순간, 이런 결에 그림을 좀 그려도 좋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딱히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 일에 그리 마음 가지 않는 날들인데,

잡으니 또 더 하고 싶은 바람이 생긴다, 견물생심 같은.


인근 도시로 간간이 차모임을 간다.

중국 정화공부며 인도 다즐링이며 대만 리산이며 스웨덴에서 온 얼그레이까지

두루 차를 마시다.

그곳에 가면

아주 적은 얼마쯤의 값으로 댓 종류, 어떨 땐 예닐곱 가지의 차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오늘은 어르신 한 분이 밥을 사주셨고,

허브 몇 뿌리와 와송종류 다육을 나눠주시다.

인근의 유명한 막걸리도 십여 통 실어주셨네, 일 많은 거기 막걸리 마셔가며 하라고.

아주 작은 하나를 드리면 열 스물을 주는 어르신들,

그게 고마워 사과 두어 개 덖은 차 한 주먹 그런 식의 인사를 드리면

다시 더 많은 것들이 돌아오고.

어른의 계산법이 어떠해야하는지를 가르쳐주시는 분들!


읍내 성자 형님의 예쁜 문자.

꽃비처럼 반가운 여인, 이라고 일컬어주시는.

‘평생을 소녀처럼 살아갈 옥영경 그대를 좋아합니다.’

누구나 들어서다 깜짝 놀라는 배우 같은 외모에

그 얼굴마냥 정갈하게 만드는 김치며

정말 결 고운 감성을 잃지 않고 사는,

얼마나 너른 마음을 안고 사는지 누구라도 깃드는 당신.

물꼬에만 해도 손두부며 저장 음식들을 자주 나눠주시는.

내게 어른의 좋은 전범을 보여주는.


김미희샘이 벌레잡이개미를 하나 주셨다.

그런데 실려오는 결에 꽃대 부러져.

단 한 송이 매달리듯 쭈욱 올라오는 꽃인데.

얼마나 가녀리냐 하면... 전복 껍질 안에 담긴 흙 위에 겨우 얹혀있는 송이,

그 위로 쭈욱 길게 한 줄기 꽃대가 나와

그 끝에 연분홍 꽃을 무겁게 피운다.

그걸 어찌 수습해보느라 빵 봉지 묶는 은박끈으로 줄기를 어렵게 붙여놓고,

그 줄기를 다시 은박끈 두 개를 엮어 세우고 그 위에 얹다,

잠시라도 이 세상 더 있다 가라고.


며칠 전 등에 뜸을 뜨다.

피부가 실하지 못하니 화상을 입기 흔한.

씻을 때 따갑다 싶더니 거울로 본 등 여기저기 반점 같은 화상 자국.

벗이랑 통화하며 가렵다 했더니

“그게(뜸이) 그렇기도 하더라, 긁으면 진물 나고...”

꼭 그런다. 온갖 아는 것들 자기 생각 붙이고 있다, 나는 가려워죽겠는데.

아이구 가려워서 어짜나,

가까우면 긁어주고, 멀면 안타까움을 전하는 게 먼저지, 가려워 죽겠거만,

(뭐 원체 가까운 이니 하는 지청구일세, 가려워죽겠으니까, 하하)

그런데, 아, 나는 우리 새끼들의 마음을 그리 알아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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