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가 넘어가는 지금, 두통.

간밤도 새벽 3시까지. 일이 많다.

서울에서 금룡샘이 6월 행사 현수막이며 안내장이며 시안을 보냈는데,

답도 못한.

열어도 보지 못한.

설거지도 쌓아두고 다음 끼니를 준비하며 그릇을 부시는.


달골 작은 굴삭기 다섯 번째 작업 둘쨋날.

꼭대기부터 해내려오는 작업이다.

쓰러진 측백나무들을 세웠고,

그게 지난 번 태풍 같은 비바람에 넘어진.

그렇게 땅 굳어 사람 손으로 어림없어진.

아고라 바닥을 긁었고,

내려와 아침뜨락으로 오르는 계단을 쌓다.

내 손으로 하는 일 아니니 성에 차지 않는.

하기야 내 손으로 한들 어디 내 뜻대로 다 되던가.

계단이 조금 거칠게 만들어졌는데,

이곳에서 난 돌의 한계가 있기도.

편편한 돌이 드문.

그러면 그런대로 또 해보자.

언제 또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

지금은 여기까지.


‘일이 되느라고’, 요새 자주 입에 올리는 말.

남의 땅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문제가 있었다.

달골 햇발동 뒤란 모서리 한 쪽은 골을 이룬 산에서 내려온 물로

번번이 흙이 쓸리고 수로가 막히고 무너지는 위험에 노출되고.

지난번 지자체에서 해준 공사로 일정 부분 뒤란 경사지를 해결은 했으나

인접 산 쪽에서 사용을 허락해주지 않아

공사업자 측에서 그 위쪽으로 수로를 빼려 작업을 다 하고도 철거를 해야만 했다.

시골 마을에 한 사람쯤 있다는 갈고리 세운 양반이 이 대해리라고 없을까.

번번이 물꼬 일에 날을 세우시는 당신이다.

다행히도 물꼬하고의 관계만이 아니라 두엇을 빼고는 온 마을 사람들도 피하는 그.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이 늘 우릴 위로하는.

여튼 뒤란 절개지는 문제를 머금은 채 공사가 종료 되었고,

살고 있는 우리는 무거운 돌 하나 여전히 얹고 지내왔다.

하지만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잊지 않으면 결국 하는 날이 올지라.

오랜 생각 끝은 새로운 해결점을 찾아주었고,

여태 생각하고 있던 북쪽 방향으로 수로를 뺄 게 아니라 남쪽 방향으로 빼자는 생각,

이전의 방향 쪽은 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주인인데 반해

이편은 마을에서 물꼬에 아주 우호적인 어르신네.

“아이구, 위험하면 배수로를 내야지요.”

전화 넣었더니 마침 계시고, 선뜻 그리 말씀하셨다.

“그래도 현장을 보시고...”

올라오셔서 확인을 해주시다.

“하시면 되지요. 교장샘 땅에 배수로를 판다는데 우리한테 물어볼 것도 없지...”

어떻게 우리 땅 경계까지 다 쓴다고 딱 잘라 거기 배수로를 내겠는가,

넉넉히 우리 쪽으로 수로를 내 ‘아침뜨樂’ 물고기 등 쪽 수로와 이어놓다.

오랜 걱정을 한순간에 덜었네!

일은 생각지 않은 곳에서 꼬이고

일은 또 뜻하지 않은 곳에서 풀리기도.

사람의 일이 무어나 그러할지라.

새옹지마란 말도 그런 뜻 아니었던가.


금세 5시에 이르고 곧 굴삭기 섰다.

기사를 보내고 소사아저씨와 두어 시간 가까이 삽질.

산(하늘로 올려다보는?)꼭대기로 향한 물고기 입 모양이 잘 드러나지 않아.

나중에 대나무를 심을 자리.

그런데, 힘은 든데, 좋더라, 마음.

좋은 기분을 유지할 것, 아이들에게 그리 문자 보내고, 내게도 외치고.


그리고,

‘나는 너와 다르다!’에 머문 생각 하나.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결코, 은근히 당신과 난 다르네, 그런 오만을 안고 살지는 않았나.

한 여자 분, 시끄러워 멀리하고 생각도 많이 다르고 썩 친할 일 없는,

걱정 많고 그 걱정 말로 다 하고 마주앉아 할 말도 그리 없는,

일단 삶도 다르고 취향도 다릉께,

그런데 그가 생각나면서

아, 오늘 ‘나는 너와 같다!’로 끝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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