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기를 바라며 굴삭기 다섯 번째로 들어와 사흘 작업 중.

끝날.

미세먼지라던가, 눈이 따가웠다, 어제도 그렇더니만.

그래도 볕 쨍쨍하지 않아 일하기는 나쁘지 않았던.

굴삭기는 드디어 명상정원에 이르는 길을 닦고 돌을 쌓다; ‘아침뜨樂’ 물고기 꼬리부분.

(소사아저씨 계단 사이 흙을 다지고 작은 돌들을 괴고 있을 적

 석회로 미궁(labyrinth)을 그려 넣었다.)

정원의 맨 아래 ‘옴(만트라. 온 우주)’자 쪽도 바닥을 긁고 바위 몇 놓고.

시간은 너무 빨리 흘렀고, 마지막으로 굴삭기는

달못(가운데 연못) 가에서 패나온 측백 두 그루와 밭 비탈에 있던 삼나무 두 그루를

한켠으로 맹지에 가식해주고 떠났다.

깨졌으리라 짐작되는 수로관,

또 전체적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잡을 유공관을 묻는 일은

결국 손을 대지도 못했다.

하여 뜨락의 꼬리 부분 땅은 거칠게 파헤쳐진 채.

장순샘은 결국 어제오늘 들일로 달골에 오지 못했다.

그가 있었다면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굴삭기가 그렇더라. 관장하는 이가 중요하더라, 다른 많은 일도 그렇겠지만.

어제오늘 기사와 소통하는 일이 만만찮았다.

그가 나빠서도 내가 나빠서도 아니었을.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거지, 그렇게 하겠다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어제만 해도 약간의 갈등이 있었고,

그 끝에 던진 해결점을 그가 잘 받았고,

이틀은 그렇게 무난하게 끝이 났다, 일은 남겨졌지만.

어쩌면 이 상태로 시 잔치를 맞아야 할지도.

일단은 시 잔치 행사 전 하루 날을 받기로 하지만,

있어보자.

길(how)은 되거나 말거나.

될라면 될 테고 말라면 또 말겄지.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할 때가 있다.

삶으로 말하자면 성찰일 테다.

나는 왜 이것, ‘아침뜨樂’ 일을 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하고 싶으니까.

자랑질하려고?

하고프니까.

흥청망청 헤프게 사치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쓰일 공간을 만드는데 어찌 가슴이 뜨겁지 않겠는가.

누구라도 걸으며 평화를 이루고 어변성룡(魚變成龍)하시라는.

그리고, 이거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이 시절을, 이 허망을 어이 건널까.


그리고 생각했다. ‘나를 기댈 때가 되었다!’

김수영 책을 편집했던 이는 삶이 고통스러웠고 홀로 서러웠을 적 김수영을 만났고,

힘겨울 때마다 김수영의 ‘거미’를 끼고 살았다 했다.

‘거미’는 그렇게 시작했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는 시인이 직면한 사태와 사물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기 이해가 이루어져야만 완성된다,

철학자 강신주는 ‘거미’에 그렇게 부쳤더랬다.

‘오랜 시간 김수영에 기댔다. 앞으로 지난 시간보다 더한 싸움이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김수영에게 자유를 배웠다면 홀로 서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김수영에게서 독립한다. 이제 나는 스스로 돈다.’

편집자는 이어서 말했다.

‘누구든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시인을 위하여, 사람을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그대를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우리들의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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