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이라지.

천지가 뿌연.

그래도 오후에는 말개졌더라.

닭장 안에선 얼마 전 세상에 나온 병아리 네 마리가 종종거리고 있다.

닭장 곁 시금치는 싹이 오르고.

아침수행을 끝내고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 얼마쯤의 측백나무에 물을 주다,

정원 꼭대기, 입 부분 '아가미 못'에서 물을 길어.

가물다. 한참을 그러했다.

이번에 다시 측백나무들을 굴삭기로 잡아주었으니

뿌리 잘 내리도록 물을 부지런히 주어야 할.

그동안 창고동으로 내려와 물을 길어 '올라가' 주고는 하였는데,

아직 물주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모터가 되든 어떤 방식이 되든,

그나마 위에서 길어 '내려오며' 물을 주니 좀 낫다.


학교아저씨는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들머리 쌓아놓은 바위틈들에

흙을 밀어 넣거나 흙을 긁어내거나.

굴삭기 작업을 하고 바로 했어야 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해 일은 더 거칠어지고 힘이 들게 되었다.

풀이 그렇다.

오르기 시작할 땐 호미로 쓱쓱 긁을 일,

하지만 쑥쑥 자란 뒤 뽑자면 일은 열 배 스무 배로 늘어있다.

하여 소농이니 중농이니 상농이라니 하는 말이 나오는.

상 농사꾼은 그렇게 미리 긁어 풀을 잡는다지.

그런데 그 잠깐 짬을 못내 일은 불어나버리고,

그 불어난 일을 좇아가느라 힘은 또 더 들고.

닥친 다른 일들이 많아서 못하기도 했지만,

경험 문제이기도 했다, 잘 몰랐던 거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쌓인 바위들을 뒤늦게 보고서야

부랴부랴 수습을 하게 된.

어제 쌓은 명상정원 가는 길 아래 부분은 들머리에 쌓은 돌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서둘러 틈으로 흙도 밀어 넣고 바위 위의 흙들을 쓸어내리기로.했다.


예취기를 고쳐왔다.

이제 풀 잡는 일에 속도가 붙겠다.

운동장이야 광평농장 조정환 선생님이 기계를 가져와 해준다셨지만

손이며 예취기로 할 가 쪽과 뒤란, 구석들은 여기 손으로 해야.

내일 있을 지역 축제, 현장 확인도 다녀왔다.

사회를 보기로 했고, 마지막에 강강술래를 진행하기로 한.

오늘 회의에서 구성원들 몇에게 강강술래도 가르쳤다.

아이들은 미리 알려주지 않아도 현장에서 바로 좇아오는데,

역시 어른들은 쉽지 않을.


‘... 10분 후에 도착하는 버스

3분이나 30분이면 마음도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질 텐데,

10분이면 담배 한 대 피면서 잠시 먼 곳을 응시할 만한 시간.

그런데 건너편에서 잘못 기다린 탓에 다음 버스는 40분 뒤.

40분은 부족하기도 하고 충분하기도 한 시간,

하지만 곧바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

오늘은 한 잡지에서 그 문장들을 읽다가 시간 단위에 대해 생각했다.

10분이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30분은 무엇을 하기에 가능한 시간인가,

40분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길이인가,

1시간은 무엇은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기엔 무리인 시간인가 그런 것들.

아침 10분과 저녁 10분의 차이,

사람을 기다리는 10분과 사람에게 달려가는 10분의 차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전 늘 꼭 5분이 모자라 놓치는 것들,

지금의 5분이 끝으로 가면 마치 이곳에서의 점이 우주에서 커다란 각도로 벌어지듯

공간에서 그리 무한히 벌어지는 시간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하다 멈추고 골똘히 그런 생각을 잦게 해보는 날들.

아무래도 나이 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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