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를 넘었네.

가까운 곳에 작은 축제가 있었고,

손 보태기로 했더랬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해낸 양

마치고서야 밥 한 술 먹었다, 밤 10시였다.


오전은 뿌연 하늘이더니 정오 지나며 날은 말개졌다.

이웃 형님네서 고구마순과 가지모종을 나눠주었다.

“가지 좋아하잖아!”

잊지 않으시고.

부려놓고 행사 1차지로 갔다.


낮 1시부터 가서 복숭아 알 솎고 풀 뜯어 효소 담는 일 거들다.

밤에 할 강강술래 노래도 한 판 가르치고.

그래도 한번 들어놓으면 전체 흐름이 낫지 않겠는가.

가족단위들이었다.

아이들과 미리 익히는 낯이었네.


5시 노근리 평화공원으로 옮겨가 가족단위들은 야영을 준비했고,

주최측에선 저녁 밥상을 차렸다.

7시 공연이 시작되었네.

“제가 이런 걸 해본 사람이 아니어...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뜻으로 맨발입니다.”

맨발로 자주 다니고, 오늘도 맨발이었던 결에.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전쟁통에 학살된 양민들을 위한 묵념부터.

전쟁이 나면 가장 힘없는 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

하기야 세상일이 무엇은 아니 그렇던가.

그런데 앞에서 할머니 한 분, 아마도 마을에서 오셨음직한,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이리 좋은 걸, 알았으면 다 왔을 거여!”

좋아라 하시고 열심히 박수치고 반응하고,

최고의 관객이었다.

그런 자리는 반응이 중요하지, 수업도 그렇지만. 대화도 그러네.

“이제 신발 신어, 너무 잘해! 그러니께 신고 햐아. 발 아퍼, 다쳐.”

걱정해주시고.

“사회자도 하나(노래) 해봐요.”

권하시기도.

고마웠다, 관객의 반응이 서툼을 메워준.

모든 밥하는 엄마 혹은 아빠들을 위한 찬사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맞어, 맞어!)


주최측에서 준비한 공연도 공연이었지만

가족단위에서 아이들이 나와 두 개의 공연도.

줄이 끊어졌는데도 바이올린을 켜보겠다고 나온 훈민,

그리고 누나가 떨릴까 같이 나와 준 동생 정음,

“자, 우리가 배경이 되어주자, 훈민이 떨리지 않도록.”

그러자 여러 아이들도 나와 뒤에 늘어서주었다.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공연은 그러했다.


강강술래.

받쳐줄 이가 없어 아쉬움이 좀.

그래도 축제준비회의에서 좀 들었다고 재열아빠가 마이크를 잡고 뒷소리를 하였네.

무리에서도 역시 축제준비위에서 노래를 익혔던 한 엄마가 그나마 소리를 좀 받쳐주기도.

아, 이 순간도 우리 샘들 생각.

그래도 신나더라. 강강술래가 그런 거지. 안다고 꼭 하는 게 아닌, 그저 흐름을 타면 될.

오랜만에 광장에서 한껏 소리를 높였더랬네.

“사는 게 참 별거 없다 싶어요.

저기 별도 보이고,

열심히 일하고 초여름 어느 주말 우리 모여 보내는 흥겨운 시간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마지막 절을 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합창소리.

“옥샘! 옥샘! 옥샘!”

깜짝놀라 돌아보았다.

아, 아이들!

어설펐던 사회를 아이들이 그리 위로하고 찬양해주었네.

아이들과 하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아이들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인하, 준섭, 훈민, 정음, 인섭, 태섭, 박씨, 현주, 태우, ...

낮에 잠시 얼굴 익히고 기억했던 이름자를

사회를 보는 동안 잠깐씩 일일이 불러주었더랬는데,

그것이 우리를 그리 교감케 했을 것.


잔치는 끝났다.

오늘도 긴 하루였고나.

기숙사에 가 있는 아들이 들어왔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사혈, 아들의 요즘 말의 단계.

허리와 목이 아파 양방으로도 한방으로도 해결이 안 되더니

집에서 사혈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져서 공부하기 수월탄다.

'집안에서' 해결하니 좋은.

옛적엔 죽음도(장례도) 삶도(집에서 아이를 낳고) 병도(민간의학)

그렇게 집 담을 넘지 않아도 되었거늘,

우리 삶을 많은 지점에서 우리가 관장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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