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31.불날. 맑음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6.06.30 15:03:37


이불빨래.

많기는 또 좀([조옴]) 많은가.

행사 직전에 고솜한 볕내를 맡으며 덮으라고 행사 직전에야 빨던 이불.

그런데, 번번이 그 즈음엔 해가 가무룩가무룩하는 장마들 무렵.

해서 심지어 작년엔 바로 빤 것이었는데도 쿰쿰한내가.

시 잔치 끝내고 이생진 선생님 떠나시고서야 방을 들어서서 깜짝 놀랐네.

선생님 방 이불을 맨 마지막에 빨았던 터라

흐린 날 말린 이불이, 더 잘하려던 일이 그리되었던 것.

올해는 먼지 조금 앉더라도 미리미리 하기로.

아래 학교로서는 결국 계자 준비가 되는 셈.

달골에 있을 땐 달골 이불을, 학교에 있을 땐 학교 이불을 빤다.

다른 때라면 들통에 댓 장씩 넣고 밟아도 빠는데,

지금은 달골 명상정원 손볼 일에 매달려 세탁기를 돌려야.


창고동 공사 계획을 세우다.

모진 겨울을 지나며, 물을 다 빼놓았는데도 변기 아래 고여 있던 물로

그만 얼어터진 변기가 둘; 남자 쪽 하나, 여자 쪽 하나.

산골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의 여느 손들처럼 자원봉사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더 값싸게 일을 해달라는 것 아니어도

기름값도 안 나와요, 하며 견적을 받기도 어렵다.

물꼬의 자잘한 공사들을 몇 해째 하는 이가 없지는 않았는데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도급공사처럼 덩어리로 많은 돈을 요구하는.

번번이 그럴 수는 없겠다 하고 사람을 찾고 있었다.

마침 좋은 어르신을 만났네.

큰 아이, 라고 하지만 나이 서른을 넘은, 가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그래서 물꼬 부모들처럼 이곳에 애정을 지니게 된.

재료값이며 다 공개하고 거기 하루 일당을 더해 받겠다는.

심지어는 자잘하게 고쳐야 할 것들 있으면 손을 보태겠다고도 하신다.

고마울 일이다.

타일까지 다 깨내야 하는 아주 큰 공사가 될지도 모른다 각오했는데,

다행히 변기만 교체해도 된단다.

거기 이제는 열선이라도 깔까 했는데,

마침 그 용도로 나오는 히터가 있었고,

이번 참에 그것도 달기로 했다.

다음 주 불날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한다.

더하여 흙집 여자 씻는 곳 깨지고 떨어진 타일공사도 같이 진행하기로.


지역이 흔히 그렇듯 소식이 빠르다.

비 제도권 공간이라 제도권 소식은 그나마 더디더니

아이가 제도학교를 간 뒤로 그 소식 역시 닿는 일이 흔하게 되었다.

영동이 그렇다네, 부자가 많고, 그 부자들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단다.

공부를 좀 한다하는 두엇에게는 수능 끝나면 바로 과외교사 자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야

진즉에 들었다.

그것도 학기 중에 섭외가 되고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과외를 시작한다지.

도대체 누가 그런 연락을 취하는지가 정말 궁금하다.

과학은 내신을 보고 수학은 수능성적을 보고 과외교사가 확정된다지.

주로 중3 부모들이 하는 연락이라고.

그러니까 부모들이 남의 자식들 고교내신까지 다 꿰고 있는 거다.

오늘 한 아비가 고3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제시하는 비용이 무려...

시골에서 그 돈이면 한 달 살림이다.

정신교육과 특정대학용 집중과외, 뭐 명분은 그렇다나.

- 아들이 잘해서, 과외해서 돈 벌어 갈게요.

하하, 아들의 마지막 인사말이었다.

세상이 그리 돌아간다. 지역사회가 그리 굴러간다.

재밌고, 헛헛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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