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여섯 달을 지나고 있네.

주말에는 쉬던 아침수행을

지난 섣달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겠노라 했고, 그리했다.

가장 큰 까닭은 기도할 일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 우리 샘들, 우리 인연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오늘도 바닥에 엎드리며 백배에 이르노니,

충만한 하루이시라.


한참을 소식 닿지 않았던 품앗이샘의 연락.

아팠노란다, 그리고 무기력했더란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살았으면 됐다, 이리 연락할 수 있음 됐다.

그런 날이 있지, 그런 날이 오래일 때도 있지,

그래도 우리가 살아낸다는 것이야말로 ‘경이’!

물꼬에서 함께한 시간을 믿노니.

충분히 침잠하고 나면 일어설 수 있으리.

하지만,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땐 연락주시라, 꼭 주시라.

여기 물꼬 있음!


비 내렸고,

서각 하러 갔다가 샜다.

학교 큰 해우소에 붙일 ‘해우소’와

달골 드나드는 이들을 위해 창고동 밖에 붙여둘 ‘해우소’,

그 두 짝을 파가자 했는데...

오랜 시간을 담은 것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그것이 살아있는 것이라면 더욱.

자연이 만든 데칼코마니,

저수지 가에 늘어선 왕버들이 물에 비쳐 그러했다.

경산의 반곡지였다.

차에서 내릴 땐 우산을 필요로 하더니 곧 접어도 되었다.

하여 못을 두어 바퀴 걷고 걸었네.

때 아니어도 복사꽃 흐드러지는 봄날도 알겠더라.

못 건너 왕버들 건너편으로는 복사밭이었다.

다시 비 흩뿌리는 반곡지를 뒤로 하고 나오며

20여 년 전의 청송 주산지의 가을을 떠올렸다.

못이 빚은 풍경인 까닭이었겠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도 꼬리를 물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11
6573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09
6572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04
6571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03
6570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03
6569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01
6568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00
6567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94
6566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77
6565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76
6564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76
6563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76
6562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75
6561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73
6560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68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68
6558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67
6557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64
6556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60
6555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6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