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7.불날. 흐린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6.07.06 11:58:23


“왜 이리 공부가 안 되지요...”

아이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 그건가 싶다.

마음이란 게 그런 거다, 아희들아.

한참 그럴 때이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중간고사 치고 나면 조금씩 늘어져

기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날은 더워지면서.

여름으로 가며 더할 테다.

그러다 새 학기가 되면 다시 또 마음을 세울 테고.

우리 어른들은 그저 순간순간 격려하기, 좋은 마음을 유지하도록 돕기.


연일 날은 흐리다.

벌써 장마가 시작는가.

그래도 비는 없는.

올 여름도 마른장마일 거라지.

비 좀 흠뻑 내렸으면 좋겄다.

바짝바짝 마른들, 마른길이 먼지를 일으킨다.

어떤 책이, 어떤 영화가, 어떤 일이 하나의 장면으로 집약되거나

주제와 상관없이 한 장면으로 그것이 남아있거나.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자주 물을 길어다 나무에 주며

영화 <마농의 샘>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곱추 농부가 꼭 떠올랐다.

프로방스의 한 곱추 농부의 서사비극 쯤이라고 한 줄로 말할,


공사다.

“(그곳은) 늘 공사 중이군.”

그렇다. 낡은 살림이니까.

거기 더하여 새로 또 여는 살림이니까!

어쩌면 사는 일이 그러할 것.

끝이 어딨는가, 그냥 걸어가는 거다.

끝 날까지 계속되고, 죽은 뒤엔 다른 삶(사람)이 또 계속하는 거다.

지난겨울에 터진 달골 창고동 변기를 교체한다.

물을 빼두어 안전하리라 했으나 아래 남아있던 물로 결국 금이 갔고,

한편 다행한 건 그 아래까지 얼어터진 건 아니어 타일을 깨고 해야 하는 공사는 아닌.

불행이었고, 그리고 다행이었다, 사는 일이 언제나 그렇듯.

달골 오르기 전 올드타일(문득 궁금하다, 상호의 의미가.) 아저씨는

아래 학교의 흙집 여자 씻는 곳 쪽 깨진 타일도 들여다보셨다.

뜯어내니 흙벽이 젖어있었고,

지난겨울 계자 전 황간의 한 업자가 고친 수도는

해결이 안 된 채 여전히 물이 새고 있었던 것.

부품을 구하느라 한참을 또 헤맸고

(흙집을 짓는 이가 그런 일을 했던 이가 아니어 부품은 좋았으나 잘 쓰이지 않는 것이라),

다행히 영동 안에서 해결이 되었다.

새는 수도를 고쳤고, 여러 날 말린 뒤 타일을 붙이기로.

“이것도 좀...”

장비 있는 김에 햇발동 1층 욕실 타일 사이 박을 못도 부탁드리고,

“여기도...”

학교 바깥수돗가 새는 관도 바꿔달라고도.

오신 결에 구석구석 손볼 것 없나 그리 둘러봐주셨다.

“크게는 못 도와드려도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진즉에 그리 말씀하셨던 터다.

고맙고, 고맙다.

같은 일을 해도 사람들이 이리 다르다.

어떤 이는 터무니없이 도급공사처럼 접근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갑고 고마운 분들이 일하신다고

볼똥이며 딸기이며 오디며 먹을 게 쏟아진 산마을이고

거기 수박도 더해진 밥상이었다.

한 아이, 어느새 어른이다, 준비하고 있던 일이 잘 되지 않았다는 소식.

유학 준비가 원활하지 않게 되었다.

“돌아보니 그때의 그 상황이 꼭 나쁜 건 아니더라.

그걸 기회로 다른 좋은 일을 부르기도,

그 실패가 오히려 다른 일을 불러들이게도 되더라.”

다만 지금 아쉬운 마음이 큰 것이지

그게 악일지 선일지는 모르는 게야.

생이 그렇더라.


명상정원 ‘아침뜨樂’ 조감도를 그리려 스케치를 하다

한 화가 샘한테 채색을 부탁 드려보다.

물꼬 상설학교 시절 아이들 수업도 와주셨던 바깥샘.

대여섯 시간은 해야 할 작업이라 시간도 쉽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내가 그림이 돼야 말이지.

수채화란 게 실력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라.

그런데, 선뜻 현장을 보러 오시겠다고.

그러기가 쉬운가. 깜짝 놀랐다.

하기야 사진으로야, 그것도 서툰 내 사진이고 보면

봐야 일이 된다싶으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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