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8.물날. 흐림

조회 수 694 추천 수 0 2016.07.06 12:00:53


오늘도 흐리다.

이불들을 빨고 널고 보송보송 말려야는데.

음... 날을 잘 챙겨가야 할 6월이다.

시 잔치에 쓸 이불이고 이어 계자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한, 장마오기 전.

이 일을 할 때 덧붙여 할 일을,

저 일을 할 때 또 딸려할 일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오늘만 해도 아침 해건지기 수행시간 절하다 생각했네.

점심 먹고 약속 하나 있었던 걸 까마득히 잊다.

오전에 하려던 일들을 해놓고 가려면 나가는 시간에 맞춰 들리기는 힘들 듯.

내일 바깥수업 가기 전 걸음 하겠다 전화 넣다.

휴우, 큰 실수할 뻔하였네.

일 많은 유월이다.


아무래도 굴삭기를 불러야겠다.

현재 상황에서 시 잔치 전에는 굴삭기 부를 일 없이 진행하겠다 했으나,

너무 심란한 ‘아침뜨樂’ 들머리 부분만

학교아저씨와 둘이 하루 삽질로 사람 드나들 길만 좀 다지리 했으나,

올 수 있다면 해야지 싶더라,

마침 굴삭기 보였기.

한창 대해리 도로 확장 공사 중, 거기 굴삭기가 두 대나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까, 꼭 3년 전 달골에 마침 굴삭기 한 이틀 필요했던 때

마침 그 해도 마을에 도로공사하러 들어왔던 굴삭기 있어 불러들였더랬다.

하루 일 하려고 멀리서 오자면 얼마나 일인가,

게다가 하루로는 잘 오지도 않는.

기사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하루 쉬실 때...”

“휴일도 안 쉬고 하는데...”

“그래도...”

“소장님한테 말씀 드리고 연락드릴 게요.”

소장으로 보이는 이가 차에서 옳다구나 하고 내린다.

“소장님이시지요?”

그렇단다.

“저기 학교에서 일하는데요...”

“대번에 알겠는데요, 교장샘이시잖아요.”

3년 전 우리 일 했단다.

“예, 거기 기숙사요...”

조만간 짬을 내보잔다.

그렇게 또 일 하나가 해결되려는가.


깊은 밤, 선배가 챙겨서 보내준 영화를 열다.

부탁했더랬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하게 산 끝이 이 땅에서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피가 묻은 앞치마와 피 헝건한 대걸레가 담긴 포스터는 심의에 걸려

피를 닦은 채 공개되었지만

피 철갑한 앨리스의 맑고 행복하고 앳띤 얼굴이 복받치는 설움처럼 슬픔으로 덧칠되는.

사는 일이 애닯아서 그만 퍼질러 앉아 울어버리게 되는.

그러나 그렇게 연민으로 앉았을 수만은 없는,

하여 벌떡 일어나 이웃들과(과거라면 동지들과, 라고 말했을) 어깨를 겯고 걸어갈!

혹은, 나부터 열심히 저항하며 살기!


도대체 이런 시나리오는 누가 썼는가. 제목은 또 얼마나 빛난가.

(배우 이정현을 쓴 것 역시 너무나 적절했던.)

안국진 감독의 인터뷰기사를 찾아 읽었다.


“... 처음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생활의 달인〉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볼 때마다 한 가지 직업을 오래 하시면서 직업의 마에스트로 같은 분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항상 프로그램 말미에 그 분들께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돈 벌어서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 ‘이제 집을 사고 싶다’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그런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현실 배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수남과 싸우는 사람들도 결코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세입자나 동네 주민들이나 모두 수남과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열심히 일해서 집 하나 겨우 장만했거나 그마저도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이 사회에서 계급간 갈등보다는 계급 안에서 이뤄지는 갈등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고요. 그걸 표현하는 블랙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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