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긴 하루였다.

‘긴’을 얼마나 자주 입에 올리는 날들인지.

죽을 만치 일했고 죽을 듯이 일했다.

몸이 마치 스물 댓의 금이 생겨 틈이 벌어지는 듯하였으나

마음은 활짝 벙근 함박꽃이었고나.

일하는 게 제일 속 좋다, 아하, 이런 거겠구나.

그저 움직이면 되는,

딱히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자격이 있어야는 것도 아닌.


아침, 수행을 끝내고 서둘러 연부터 심었다.

어제 한 국영기업의 연못에서 얻어온 거다.

수련처럼 못에 툭 던져둘 게 아니라

꼭 진흙 안에다 묻어야 된다지.

명상정원 ‘아침뜨樂’의 아가미못 가장자리로 묻다,

물을 다 빼고 심을 수는 없어.

가운데 달못은 바닥에 보이니 거기도 몇 심다.

마침 물기 마르지 않은 부분 몇 보이기 거기다.


비 지난다 했다. 하지만 돌아갔다. 고맙다. 굴삭기 작업이 있었다.

5시, 기사는 시동을 끄고 굴삭기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일은 남았다.

내일 반나절만 더하기로 한다.

마음에 다 찰 때까지가 아니라 뒤집어놓은 것 정리는 해야지.

보조 아저씨도 내일 같이 들어오기로 한다.

돌 쌓는 일을 위해 오늘은 사람도 하나 붙였던 것.


뜨락으로 든 굴삭기는 커다란 바위 셋부터 맨 아래에서 올려와 위치를 잡았더랬다.

먼저 앉아있던 바위도 두어 개 다시 앉혔다.

아래 밭에 쌓은 돌로 들머리 길 만들며 돌로 벽 쌓기.

다음은 수로관을 파내고 다시 묻었다.

다 깨져 있더라.

여간해서 깨질 일 없을 거라 했으나

비온 뒷날 작업하러 큰 굴삭기 들어와 그리 되었던 것.

마침 도로공사 현장소장님 올라왔다, 3년 만이다.

이번에 이 굴삭기를 내주신 것.

“(그간) 일 많이 하셨네요.”

아, 그렇구나, 별 한 것도 없는데 세월 지나니 그리 또 쌓였네.

그때도 달골 뒤란 흘러내린 흙들 걷어내러 그 굴삭기 왔던 것.

빼낸 수로관 대신 들어갈 새 자재는 도로공사에서 남은 걸로 하기로 하다.

이 정도 일에 쓰기는 좀 아깝다할 만치 좋은 관이나

한 쪽에선 남아서, 다른 쪽에선 마침 필요해서,

그러기로 한 것.


점심엔 잠깐 어제 서각 작업실에서 온 ‘해우소’ 현판에 목재보호용 도료 칠.

두 개 다.

붓 잡은 김에 ‘아침뜨樂’ 안내판들을 세울 말뚝도 칠.

마침 흙집 2차 공사를 위해 설비 아저씨 왔으나

타일 뜯고 수도관을 고쳐놓았던 곳이 아직도 마르지 않아 1차 미장을 못하고 가다.

일단 주말 시 잔치에서 써야 하니

물날 다시 들어오시기로.


굴삭기 기사를 내려 보내고도 달골 일은 계속 됐다.

달골 마당 보도블록 사이 풀들도 이쑤시개로 후비듯 빼내고.

먼저 쌓았던 돌들 사이사이 다지기,

너무 긁어낸 곳은 다시 올리기도.

마른 날들이라 물을 길어 올리고 날라 심어놓은 측백 물도 주고, 마른 가지도 쳐내고.

환삼덩굴과 칡넝쿨(이 마을에선 칠거지라 한다) 여간 아닌 기세를 죽이느라

둘레를 돌며 걷어내기도.

칠거지가 감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없다지.


어둑해서야 마을에 내려선다.

기진맥진 밥상을 차려내고.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고맙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394 2016. 7.26.불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6-08-10 755
4393 2016. 7.25.달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6-08-10 729
4392 2016 여름 청계(2016.7.23~24) 갈무리글 옥영경 2016-08-06 839
4391 2016 여름 청계 닫는 날, 2016. 7.24.해날. 구름 낀 오후 옥영경 2016-08-06 751
4390 2016 여름 청계 여는 날, 2016. 7.23.흙날. 폭염 옥영경 2016-08-06 750
4389 2016. 7.22.쇠날. 맑은 옥영경 2016-08-06 690
4388 2016. 7.21.나무날. 맑음. 달빛 어깨에 내리는 고운 밤 옥영경 2016-08-06 798
4387 2016. 7.20.물날. 가끔 해 옥영경 2016-08-06 717
4386 2016. 7.19.불날. 맑음, 밤안개 옥영경 2016-08-06 739
4385 2016. 7.18.달날. 찌푸찌푸해가는 오후 옥영경 2016-08-06 731
4384 2016. 7.17.해날. 갬 옥영경 2016-08-06 665
4383 2016. 7.16.흙날. 비 옥영경 2016-08-06 666
4382 2016. 7.15.쇠날. 빗방울 다섯 옥영경 2016-08-06 667
4381 2016. 7.11~14.달~나무날. 자주 흐리고 잠시 볕 보이기를 반복 옥영경 2016-08-06 738
4380 2016. 7. 8~10.쇠~해날. 개고 이튿날 이 산마을도 33도 옥영경 2016-08-06 688
4379 2016. 7. 7.나무날. 작달비 주춤 / 노동만이 오직 정직하다! 옥영경 2016-07-21 839
4378 2016. 7. 6.물날. 갬 옥영경 2016-07-21 669
4377 2016. 7. 5.불날. 비 좀 멎고 해, 아주 잠깐 나 있노라 얼굴 내민 옥영경 2016-07-21 697
4376 2016. 7. 3~4. 해~달날. 창대비 옥영경 2016-07-21 714
4375 2016. 7. 1~2.쇠~흙날. 비 내리다 개다 다시 내리고 옥영경 2016-07-21 756
XE Login

OpenID Login